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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Sep 24. 2016

softly

 분명 낯간지러운 말인데, 부끄러운 말인데, 나를 향한 너의 말들은 허공에 번져 자연스레 내게 닿아온다. 일일이 풀어 쓸 순 없지만 나를 향한 너의 그 모든 말들은 함축적인 의미로 내게 사랑을 가져다준다.



 밥은 챙겨 먹었냐고 묻는 너의 그 말에 나는 안정감을 느끼고, 날씨가 쌀쌀해졌으니 가디건을 챙기라는 너의 그 말에 나는 다정함을 느끼고, 그저 대화일 뿐인 말들 속에서 나는 애정을 느낀다.



 하나 일 때는 몰랐던 순간들이 요즘은 새롭게 보이곤 했다. 둘이서 한 걸음으로 석양이 지는 거리를 걸을때면 혼자일때와는 다르게 그 길이 아름다움으로 느껴졌고, 술 잔 하나씩 앞에 두고 술을 마실때면 나는 과감없이 너에게 나를 보이곤 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느슨함을, 네 앞에서는 곧잘 보이곤 했다.


 너도 나랑 다를 것 없는데. 너도 가끔은 나처럼 아이가 되고, 때로는 오빠가 되고, 다른 날엔 아빠가 될 뿐인데- 하루는 그런 생각에 사로 잡혀 나로 인해 네가 힘들어 지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겠다 싶으면서도 막상 너를 만나면 나는 내 모습을 그대로 내보이고 만다. 다른 누구에게는 보여 줄 수 없는 나의 초라함을 또는 낯간지러움을.



 하루에도 수십번 변하는 내 감정 속에서 너는 여전히도 올곧다.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짙어 질 수록 나는 더 부드러워짐을 느낀다. 다른 누군가로 인해 내가 변하는 게 싫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나는 언제 이렇게, 너에게 이다지도 스며 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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