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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Oct 26. 2017

love actually

 짙은 마음만이 가득 한 오후였다. 나는 제 시간에 퇴근을 했고 그는 원치 않는 야근을 하게 되면서 직장에 머물던 중이였다. < 나 퇴근했어. > 간결함과 나를 알리는 그 다섯글자를 눌러쓰면서도 나는 좀 처럼 나아지지 않는 기분을 느끼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한 거리 위, 한 카페를 향해 걸음을 틀었다. 달고 단 토피넛 라뗴를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아 빈 화면을 가만 들여다보다 이내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별 일 없었냐고 묻는 그의 메세지를 보며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별 일이 없다기엔 오늘 하루는 내게 조금은 짙고 어두웠던 날이였기 때문이였다.


 그럼에도 그에게 나는 온전한 지금의 내 기분을 다 털어 놓을 순 없었다. 분명 이런 내 기분은 나 조차도 버거워 하고 있었으며 더 정확한 이유는 지금 내 기분이 무엇때문이라고 콕 찝어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솔직하게 내 모든 걸 말하지 못하는 지금 이 거지같은 상황에서도 나는 그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저 홀로 나를 내버려두면 자연스레 풀릴 감정 중 하나였지만, 그보다 더 강한 약은 그의 품이였기 때문이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다만 이 말들이 서로의 위치에서 정확한 문장으로 나오지 않을거란게 문제라면 문제였였다. 그렇다해서 그가 뒤죽박죽인 내 말을 들으면서 인상을 찌푸리며 그만 얘기하라며 제지를 하진 않을테지만.


 주문한 음료를 받아들고 다시금 테이블로 돌아와 나는 그에게 조금 늦은 답장을 보냈다. 목에서도 엉켜있는 수 많은 말들은 문자를 치고 있는 손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말을 적었다가 지웠다가 또 다시 말을 적었다가 지웠다가…. 무슨 말을 적어야 할 지 몰라 앞다투던 손가락들은 이내 잠잠해졌고, 밝은 빛을 내보이던 핸드폰의 화면 또한 어둠으로 가려졌다. 멍한 두 눈은 창 너머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로 자연스레 고정이 되었다. 홀로 거리를 걷는 사람, 통화를 하며 걷는 사람, 이어폰을 꼽고 걸어가는 사람, 사랑하는 이의 손을 꼭 잡고 걷는 사람 등등. 한 순간에 나를 스쳐가는 그 많은 사람들을 나는 한명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조금은 어른스러운 생각으로 저들도 저들만의 고통과 어둠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하겠지 - 라고 생각을 했다.


 안그래도 늦었다고 생각했던 답장이 그제서야 생각났다. 세상은 어두웠고, 그런 세상을 밝혀주듯 거리 가득 밝은 불빛들이 바람에 부딪혀 서로 섞여갔다. 그리고 그 불빛을 보던 나는 그제서야 대단하게도 진심어린 답이 생각났다.


 보고 싶어.


 방금 보낸 메세지에 그는 글이 아닌 목소리로 답을 보내왔다.


 내가 더 보고 싶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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