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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n 25. 2017

a good day

 별 일 없는 저녁. 더운 여름에 가까워지자 얼마 전과는 다르게 금세 해가 길어진 게 티가 났다. 한 공간에 있었지만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우리 사이로 익숙함이 흘러갔다. 러그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 그의 다리를 베고 따라 누웠다.


 모든 게 노곤노곤했던 시간, 이러다간 금세 잠들 것 같은 아쉬움에 누운 몸을 일으켜 그에게 물었다. 차 마실래? 내 말에 그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책을 비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팩에서 캐모마일 두 장을 꺼내 머그컵에 담아 물이 끓기를 기다리던 차, 그가 내 이름을 부르며 읽어줄게 들어 봐. 라고 얘길했다.


 넌 뭘 좋아해? 음, 난 TV를 켜놓고 만화책 보는 시간이랑 친구가 사준 창가 화분에서 떨어진 잎사귀들을 주워 유리컵에 담아두는 일이랑, 음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을 좋아해. 너무 너무 좋아해.


 아마 당신이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순간, 공중에서 새 한마리가 날아와 내 어깨에 내려앉은 것이다. 그리고 그 새는 내 귀에다 이렇게 말할 것 이다. " 이제 됐어, 그녀가 침묵을 깨고 이제 시작 한 거야, 축하한다구. "


 나는 그렇게 시작하고 싶은 것이다. 당신의 습관을 이해하고, 당신의 갈팡질팡하는 취향들을 뭐라하지 않는 것. 그리고 당신이 먹고 난 핫도그 막대를 버려주겠다며 오래 들고 다니다가 공사장 모래 위에 이렇게 쓰는 것, 사랑해.


 다 읽고는 멍하니 나를 보는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왜? 그런 내 물음에 그는 소리나게 책을 덮으며 내 앞으로 와 섰다.


 " 당신이 양치하고 아메리카노 마시는 거 습관이라고 그렇게 얘기했었는데, 어제도 잔소리 한 거 미안해. "

 " ... . "

 " 생각해보니까 엊그제 마트에서도 커텐 고를 때, 당신 취향은 심플이라고 할 때 무심코 무미건조하다고 말했던것도 미안해. "

  " 갑자기 왜 그래? "

  " 그냥 갑자기 책을 읽다보니 지나간 일들을 돌아보게 되네. 그러다보니까 당신한테 미안한 일도 생각나고. "


 갑작스레 미안해하는 그의 얼굴을 보며 그녀는 웃었다. 그의 옆자리에 앉자 시선은 TV에 고정한 채, 무슨 영화 볼래? 라며 묻는 그를 보며 그녀는 대답대신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뭐든. 간결하지만 가볍진 않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가 살짝 웃었다. 익숙하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은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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