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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Dec 06. 2015

그 어느 날

내가 너를 만났던걸 후회한다 말하면 너는 어떤 생각을 할까

 처음은 참 좋았다. 매일 꿈꿔왔던 이상형과 너는 달랐지만 흔히들 말하는 사랑의 느낌을 나는 너에게서 받았었다. 연애에 받은 연인. 너로 인하여 내게 전해지는 온기는 사랑과 설렘 그 자체였다. 이상하게 바보처럼 자꾸만 웃음이 났고, 그로부터 매일 간지러운 일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무엇을 하든 항상 처음은 긴장감이 감돌기 마련인데 이상하게 너와의 처음은 즐겁고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기억들이 뚜렷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단순하게 얘기하고 보자면 너와 나 사이엔 그저 핀트가 잘 맞았던 것 밖엔 뭐라 설명 할 말이 없다. 지금은 그 때와 다르게 누구를 만나기 전 부터 이것도 저것도 다 따지고 보는 상황이 되었지만, 너를 만났던 그 때에 나는 잴 것이라곤 그저 외향적인 모습이 다였던 어린 날 이였으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그렇다듯이 콩깍지 라는 렌즈가 내 눈에도 씌어졌다. 남들 눈에는 별 느낌없는 네가 내 눈에는 유난스레 잘 생겨보였고, 그로부터 너의 행동, 눈빛, 사소한 손짓까지도 내겐 큰 의미가 되었다. 그리고 그 때 부터 알게 된 연인 사이의 길이는 내게 많은 감정을 안겨다 주었다. 하루는 한없이 가까워 졌다가도, 또 다른 날엔 한없이 멀어지는게 연애임을 나는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연애를 하는 시간동안 너는 내게 많이도 미안하다 말했고, 나는 네게 많이도 괜찮다고 말했다. 나를 속상하게 하는 너를 보며 그럼에도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대신 그저 무난하게 나는 너를 흘렸던 것 같다. 하늘이 구름을 안은 것 처럼, 나는 마음에 너를 안고서. 사실 지나간 시간을, 지나간 사랑을 후회한다해서 뭐가 남냐고들 얘기 하지만 현재의 눈에서 바라 본 옛날의 나는 딱 그 나이때에 어울리는 사랑을 했다 싶은 생각, 딱 그 뿐이다.



 마냥 좋은게 사랑이라 생각했던 그 때. 니가 웃으면 나도 좋아. 라는 가사의 한 줄 처럼 네가 나에게 전부였던 그 때. 연애를 하면서도 너에 대해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믿어왔던 그 때. 그랬던 내게 하루 아침에 네가 던졌던 이별이라는 사랑은 참으로 아팠었다. 그 때의 느낌으론 아, 감정 하나로도 사람이 이렇게 아파지는구나. 이게 사랑이구나. 이래서  다들 사랑이 무섭다고 말하는거구나. 하고 나도 느꼈었으니까.



 우리 라는 이름으로 연애를 하는 동안 네가 내게 단 한번도 상처를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하루 아침에 네게 받은 상처로 인해 몇 날 며칠을 앓아 누웠을지도 모른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황에 다행이였다라는 말을 쓰고보니 그 때 내가 참 어리석었구나 싶은 생각만 든다. 어느 날 네게서 크나큰 상처를 받았을 때도 나는 크게 아파하진 않았지만 대신 크게 느꼈었다. 아, 난 앞으로 얘랑 연락을 할 수가 없구나 - 하고.



 시작보다 끝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던 순간이였다. 사랑을 시작할 땐 세상 누구보다도 다정했던 네가, 이별을 말할 땐 내가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목소리로 말을 꺼냈었으니까. 너와 함께했던 그 많은 추억들로 상처를 덮어보려해도 이상하게 덮어지지가 않는다. 아마도 사랑과 상처 그 사이에 후회 라는 마음이 우뚝 서 있어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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