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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Dec 29. 2015

안녕

아무 탈 없이 편안함

 내 공간을 갖고 싶어 마련하게 된 이 곳이 어느덧 동네에 안착한 카페가 되어버렸고, 나는 이 작은 공간의 사장이 되었다. 부암동에서 나고 자란 나는 누구보다도 이 지리를 잘 알고 있긴 개뿔. 그렇게 질리도록 걸었던 동네이면서도 정작 가게를 계약할 땐 언덕배기에 떡하니 난 자리를 보고 이 곳이면 좋겠어요- 라고 말했던 내가 원망스러운 지금이다. 가끔은 정말 나 그때 왜 그랬지? 라는 생각이 덜컥 들어온다. 나야 뭐 불편할게 없다지만 오고 가고 하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체적으로 카페라면 차를 댈 수 있는 주차공간이 중요한데 하필이면 정말 하필이면, 지금보다 두 살 더 젊었던 그때의 패기로 인해 우리 카페엔 주차장이라는 넓은 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이면 학교에 가고, 회사에 가는 사람들의 향기로 언덕배기는 한껏 바쁨을 뽐낸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 다닐 때와는 다르게 상사의 압박 또는 상사의 압박 또는 상사의 압박과 함께 받는 스트레스가 없다 보니 자연스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린이 스케줄을 살고 있었다. 사실 서른에 가까워서야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 나를 축하하며 나는 이른 아침에 가게를 오픈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학교에 가고 회사에 가는 사람들 중, 아침이면 무조건적으로 커피를 마셔야 하는 나 같은 사람이 한두 명은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그 반응은 첫날 바로 보였고, 주문  가능해요? 라고 물어오던 여섯 명의 회사원에게 나는 당당하게 네! 카페 일곱 시부터 오픈입니다. 라고 얘길 한 탓에 이 또한 무를 수 없는 일 중 하나로 굳혀가고 있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몰랐고, 다른만큼 성향도 다양했다. 그리고  그중의 대부분은 어느덧 가게의 단골손님이 되어 하루에 두 번은 꼭 들렸었다. 한 번은 집을 나서는 순간이었고 또 한 번은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이였다.



 나야 아침을 먹고 나오지 않아도 큰 걱정은 아니었다. 집도 가까우니 가게 안 미니 냉장고에 반찬을 가져다 놓고, 피크 타임이 지나면 여유롭게 아침을 챙겨 먹으면 그만이었지만 아침마다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죄다 아침을 굶고 잠을 택하는 쪽이 더 많았다. 나도 그들과 같은 생활을 지낼 때엔 몰랐지만, 이젠 그 생활과 떨어져 그들을 바라보는 입장이 되니 이상하게도 안쓰러운 마음이 커져갔다. 그러던 중 아침 메뉴로 무얼 내놓으면 좋을까 고민을 하던 차, 밀양에서 사과 농장을 하는 고모가 생각나 정기적으로 사과를 받기로 했다. 그리하여 우리 가게엔 프랜차이즈 점이면 다 있다는 아침 메뉴가 생겨났는데 그 메뉴의 조합은 사과 한알과 어젯밤 구운 마들렌 그리고 본인 취향의 커피가 되었다.



 당연히 좋아할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반응은 역시나였고, 그로 인해 나는 매일 밤 퇴근 전 마들렌 20개를 굽고 퇴근해야만 하는 정기적인 일 또한 생겼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2년째 이 곳에 있으며 여덟 번의 계절을 맞이하였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은 여전했다. 그리고 그들 중 어느샌가 나와 친해진 A는 어젯 밤 마들렌을 굽는 날 보며 아. 나 내일 출근하기 싫다! 라고 누구나 싫어하는 평일의 내일을 느끼고 있었다.



 " 어제도 안녕했죠? " 매일 아침이면 들리는 회사원 B군의 첫인사는 이렇다. 여기 있으면서 제일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안녕하세요 혹은 어서 오세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이다. 그저 인사치레인 그 말들이 부암동 작은 카페에선 안부로 이어진다. 안녕이라는 말이 그렇게 많은 뜻을 품고 있었다는 걸 예전엔 몰랐는데, 가게를 운영하고 사람들을 대하다보니 이젠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 어떤 인사말보다도 안녕 이라는 단어가 주는 따듯함은 매일 느껴도 또 느끼고 싶은 온기였다.



 오늘도,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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