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Feb 01. 2016

ALRIGHT

 분주하게 제 자리에서 움직이던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쏠렸다. 소개팅 할 사람-! 양 손에 들고있던 커피 캐리어를 높이 쳐들며 씩씩하게 말하는 해윤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은 다시금 거두워졌다. 아 왜 또 모른척이야-! 그리고 그런 이들의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넓은 테이블에 커피를 내려 놓으며 씩씩되던 해윤의 옆으로 현욱이 다가섰다. 왜겠어, 왜. 컵 홀더에 적힌 카페모카를 확인하곤 컵을 집어 든 현욱은 해윤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조용히 속삭였다. 일이나 해.



 " R항공 스튜어디슨데? 얼굴만큼 마음도 예쁜데? 안해? 이런데도 안한다고? 미친놈들이야? "

 " 현욱이 데리고 가. "

 " 나보다는 민준이지. "



 셋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쏟아진 걸 알면서도 상관없다는 듯 도면을 수정하던 민준은 뒤이어 들려오는 해윤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때부터 시작 된 해윤의 상대 예찬에 셋은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가만보면 미쳤다니까? 진지하게 얘길하는 현욱의 목소리에 재현은 인정한다는 듯 손바닥을 내밀었고, 둘 사이로 퍼지는 짝 소리에 해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 박민준. 모레 7시 업타임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까먹지 마. "

 " 까먹기는, 기억에 넣지도 않을건데. "

 " 나도 욱이 말에 한표. "

 " 야! 너 진짜 안 나갈거야? "

 " 나갈거야. "

 " 아 왜 안나, 어? 나가? "



 예상치 못한 민준의 대답에 세 남자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를 보였다. 나간다고 그리고 그들에게 다시금 증명하듯 얘길하던 민준은 수정된 도면을 해윤의 가슴팍으로 건네며 캐리어에 담긴 마끼야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뒤이어 정말 궁금하단 듯 물어오는 현욱의 목소리에 어깨를 으쓱인 민준은 연애하고 싶어서 라며 간결한 대답을 뱉았다.



 쟤 나가서 일칠 거 같은데? 빨대를 쭉 빨아 커피를 마시던 재현의 눈 가득 의심이 번져 있었고, 그 말에 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 무르기 없다? 으름 놓듯 들려오는 해윤의 목소리에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간다는 말을 정확히 건넸음에도 세 남자의 의심은 쉽게 거두어 지질 않았다. 다른 사람 알아봐 슬쩍 해윤의 옆에 다가 선 현욱의 목소리엔 지나친 진심이 담겨 있었다.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어제같은 날들이 지나고 소개팅 날이 되었다. 그럼에도 민준은 아직까지 작업실에서 가구 만드는데에 여념이 없었고, 그 모습을 보며 해윤과 현욱은 알고 있었다는 듯 눈빛을 주고 받았다. 두시에서 세시‥ 네시에서 다섯시로 시간이 흐르고 작업 중 이던 의자의 가죽을 확인하던 민준은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며 매고있던 앞치마를 벗었다.



  야. 너 진짜 가? 놀란 현욱의 목소리에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개팅이라면 질색 팔색을 넘어 육갑을 하던 민준이였기에 그들의 이런 반응 또한 거짓이 아니였다. 그대로 놔둬 작업 중 이던 의자를 가르키며 가방을 들고 작업실을 나서는 민준을 보며 해윤과 현욱은 기대아닌 기대를 가졌다. 드디어 박민준도 연애를 하는구나 하고.



 먼지 가득 묻은 몸을 씻어내고 나온 민준은 때 마침 걸려오는 해윤의 전화를 받으며 준비를 서둘렀다. 그래도 첫 만남이다보니 무엇을 입어야할지 걱정은 무슨 민준에겐 남들에게 흔한 고민은 닿질 않았다. 그냥 늘 그랬듯 캐주얼하게 차려입고선 가방을 챙겨 현관으로 나섰다. 느리게 준비를 한 것도 아닌데 시간이 잘 간 탓인지 어느덧 약속시간까지 50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이대로는 늦을 거 같아 챙기지 않았던 차키를 챙겨 다시금 현관으로 향했다. 다행히 10분을 남겨두고 약속 장소에 도착한 민준은 가게로 들어서며 해윤을 찾았다. 어째서인지 저보다 더 신난 얼굴로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며 웃음이 터졌다.



 " 뭐가 그렇게 좋아? "

 " 니가 나온게 좋아. 하도 연애를 안해서 설마 병신이 되가나 했는데. "

 " 말 좀 예쁘게 안할래? "

 " 오케이 오케이. 특별히 오늘만큼은 고급진 단어만 뱉어준다. "

 " 웃기고 있네. "

 " 잘해봐. "

 " 뭘. "

 " 이쪽이랑. 얘 진짜 괜찮은 애야. "

 " 그렇게 괜찮으면 니가 만나지, 왜 소개를 시켜주냐. "

 " 나랑은 안 맞아. "

 " 뭐가? "

 " 애가 너무 착해서, 내가 얘만큼 착하면 몰라. "



 서슴없는 해윤의 이실직고에 민준의 얼굴 위로 웃음이 번졌다. 그리고 그 때, 닫혀있던 가게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들어섰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모습에 해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 다가섰다. 그리고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보며 민준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 이쪽은 박민준. 나랑 오래 된 친구이자 동업자 그리고 웬수. "

 " 야. "

 " 안녕하세요, 채한결입니다. "

 " 안녕하세요, 박민준입니다. "



 어색함 가득 묻은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난 간다 라며 즐기듯 도망치듯 해윤을 보며 두 사람은 일순간 멍해졌다. 끝까지 자리를 지킬거란 생각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빨리 서두르듯 나갈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어색함은 끊이지 않고 흘렀고, 다른 말 대신 물컵을 집어드는 한결을 보며 민준은 입을 떼었다.



 " 식사는 해윤이가 주문했어요. 이 집 파스타 좋아한다고 하던데‥. "

 " 네, 그래서 일부러 해윤이가 여기로 장소를 정한 거 같더라구요. 아, 해윤이가 엄청 자랑하던데. "

 " 뭘요? "

 " 자기 친구들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다고. "

 " 해윤이가 좀 애 같은 면이 있죠. "

 " 그래서 귀엽죠? 오늘도 일하시고 오신 거에요? "

 " 네. 주문 받은 가구 오늘로 제작 시작 했거든요. 한결씨는 비행 끝나고 오신거에요? "

 " 아니요, 오늘 오프예요. 하루종일 자다가 나왔어요. "



 웃는 한결을 따라 웃던 민준은 아까 전 제게 얘기하던 해윤의 말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주문했던 음식이 테이블 위에 놓여지고, 잘 먹겠습니다. 라며 작게 인사하는 한결을 보며 민준은 웃었다. 보통 쉬는 날에 뭐하세요? 낮은 목소리로 물어오는 말에 민준은 시선을 맞췄다.



 " 어…. 보통 집에서 영화봐요. 집 밖을 잘 안나가는 성격이라. "

 " 그럼 작업실이랑 집 이렇게 반복하시는 거에요? "

 " 그렇죠, 대부분? ‥한결씨는요? "

 " 저도 그런 편이에요. 비행 끝나고 집에오면 일단은 자다가, 일어나서 먹고, 또 그러다가 잠들고? "

 " 아무래도 피곤하죠, 장시간 비행이니까. "

 "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익숙해졌는데, 그래도 아직인가봐요. 가끔은 첫 비행 날 처럼 힘들기도 하고. "

 " 뭐가 제일 힘들어요? "



 서슴없이 물어오는 민준의 말에 한결은 웃으며 생각을 했다. 그리곤 쉽게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제 일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음에도 불편함은 밀려오지 않았다. 제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 그건 좀 그렇겠다. 라며 살며시 웃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디저트로 나온 커피와 작은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시간은 더 무르익어갔다. 어느덧 아홉시가 넘은 시계를 보며 내일 비행 몇시예요? 라고 민준은 물었다.



 " 다섯시에 집에서 출발 해야 돼요. "

 " 그럼 지금 가야겠는데? 벌써 아홉시 넘었어요. 가요, 데려다 드릴게요. "



 가게를 벗어나 주차장으로 들어 선 민준은 잠깐만 기다리라는 말을 건넸다. 한번의 만남으로 상대를 단정짓긴 어렵지만 한결은 오늘의 이 만남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와 어울리는 하얀 차가 주차장에서 나오고, 제 앞으로 다가 선 차에 올라탄 한결은 집이 어디예요? 라고 묻는 목소리에 대답하며 벨트를 끌어맸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소소로운 대화는 이어졌다. 비행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부터 중간 중간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한결의 이야기가 끝나면 자연스레 민준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가구를 제작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부터 중간 중간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 네비게이션 상으로 나온 예상 시간은 50분이였는데, 차가 막히지 않은 탓에 20분 일찍 한결의 집에 도착하였다. 먼저 내린다는 말도, 그렇다고 얼른 들어가보라는 말도 못하던 두 사람의 사이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 순간 서로가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의 만남으로 앞으로도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을. … 어색한 사이로 먼저 민준이 말을 건넸다. 번호를 물으며 제 핸드폰을 건넸고 한결은 서슴없이 제 번호를 찍어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금 찾아 온 적막속에서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너나 할 것없이 웃었고, 한결은 벨트를 풀며 민준에게 인사를 건넸다.



 " 오늘 즐거웠어요. "

 " 저두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

 " 네. 민준씨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

 " ‥연락할게요. "



 민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서 내린 한결은 저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드는 민준을 보며 따라 손을 흔들었다. 설레이는 마음만큼 아쉬움이 감돌던 밤이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로 누운 한결은 연애와 사랑 그 사이에서 움직이는 제 마음을 오롯이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제게 일어난 일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생각에 빠지던 차, 손에서 작은 진동이 울렸다. 화면으로 뜬 메세지는 다름 아닌 민준이였고, 몇 마디 적히지 않은 그 말을 보며 한결의 얼굴 가득 웃음이 번졌다.



 「 잘 자요. 내일 비행 잘 다녀오구요. 」



 그리고 그 대답에 답장을 하려던 차 다시금 메세지가 도착했고, 이번에도 민준에게서 도착한 메세지를 보던 한결은 밀려오는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해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 근데 내일가면 언제와요? 」

매거진의 이전글 고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