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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한량 Oct 22. 2020

(2) 퀘스트 수행처럼 재미있게 일하기

4. 일도 게임처럼 (2)

사실 제가 게임회사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퀘스트', '경험치' 등의 단어에 대해 이해하는 시기가 더 늦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몰랐을지도 모르죠. 

(예능 프로그램 자막에서 발견한 후 검색해 보았을까요?)



(2) 퀘스트 수행처럼 재미있게 일하기


혹시나 예전의 저처럼 퀘스트에 대해서 모르고 계실 수 있는 분들을 위해서 한번 정리해보고 시작할게요.


퀘스트(Quest)는 롤플레잉 게임에서 주인공이 NPC로부터 하달받는 일종의 임무를 뜻한다. 퀘스트의 내용은 주로 특정 몬스터를 상대해 이기는 것이나 특정 아이템을 획득하는 등등이 있다. 퀘스트를 완료하는 경우 해당 퀘스트를 하달한 캐릭터에게 그에 대한 대가나 보상을 받는다.
(출처: 위키피디아, 비디오 게임 용어)


퀘스트 예시 /출처: 인벤(<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화면)


프리랜서 생활을 하는 지금은 굵직한 일을 차근차근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럴 일이 별로 없습니다만, 회사에 소속되어서 일을 할 땐 매일매일 제가 꼭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습니다. 혹은 제가 처리하기로 계획한(세분한) 일들이 있었죠.


저는 매일 아침 그 목록을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너무 많으면 윈도우 메모장 프로그램에 정리를 하고, 몇 개 되지 않으면 포스트잇에 손글씨로 쓰거나, 다이어리에 적었습니다. 

그게 그날의 게임에서 제가 수행해야 하는 퀘스트 목록이었죠.


퀘스트가 많을 때 메모장에 정리하는 이유는, 우선순위 조정 때문입니다. 해야 할 일들 목록을 일단 정리한 다음에, 가장 시급하게 처리되어야 할 것, 중요한 것, 조금 미뤄도 될 것 순으로 순번을 정한 뒤, 작업을 쳐내면서 하나씩 삭제하거나 우선순위를 다시 조정합니다. (회사에서의 하루는,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중요해지거나, 일정이 당겨지거나, 그날 갑자기 처리해야 할 퀘스트가 추가되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정리하기에는 메모장이 제일 간편하고 빨랐습니다. 요즘엔 노션(Notion)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훨씬 편하게 정리할 수 있더군요. (하지만 퀘스트를 정리하는 데에 너무 큰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는 건 지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퀘스트를 빨리 끝내기 위해 정리를 하는 것이지, 퀘스트 정리를 잘하기 위해 정리하는 게 아니니까요.)



적은 양의 퀘스트더라도 메모장을 이용해도 되지만, 제가 굳이 포스트잇이나 다이어리에 수기로 적는 이유는, 퀘스트를 완료한 후 손으로 직접 가로줄을 그어서 완료를 표기하는 쾌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메모장 프로그램에서 단순히 삭제를 하거나, '완료' 카테고리 하위로 옮기는 것은 그만큼의 쾌감을 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양이 많지 않은 날엔 손글씨로 직접 메모하고, 완료 후 가로줄을 쓱쓱 그어서 내가 처리한 퀘스트의 목록이 쌓여있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첫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원체 '완료'에 의의를 두는 성향이기 때문에,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그날 해야 할 일(퀘스트)을 처리하면, 마치 롤플레잉 게임에서 퀘스트를 수행한 후, 경험치를 획득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실 실제로도 저에게 경험이 쌓인 것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가끔, 매일의 퀘스트를 좀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시간 제약'이라는 요소를 부여합니다. 퀘스트의 재미를 상승(게임 밸런싱!)시키기 위한 목적이죠.

캔디크러시 사가에서 시간 제약 퀘스트


목록에 있는 퀘스트 당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가늠하고, 각각의 퀘스트에 시간제한을 두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개별 마감시한에 맞추기 위해 작업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렇게 하면 다양하고 많은 작업이더라도 단 시간에 집중력 있게 처리할 수 있더라고요.


어떤 경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러면 앞에서 말했듯이 일단 넘어가세요. 지금 더 붙잡아도 해결이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중에 하세요.

어떤 경우엔 시간이 남습니다. 그땐 잠시 쉬어줍니다. 열심히 했으니까 스스로에게 보상을 줘야죠. 커피 한 잔 마시거나, 동료와 잠시 수다를 떨거나,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아이돌의 영상 하나를 보면서 리프레쉬를 해주는 것도 좋죠.


참, 하루의 일정을 모두 퀘스트로만 채우려고 하진 마세요. 재미있게 일하려고 일도 게임처럼 하고 있는 마당에, 쉬지도 않고 달리는 게 무슨 소용인가요. 

 

업무 퀘스트를 더 즐겁고 재미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보상치'도 적절하게 넣어주세요. 

'퀘스트 2개를 끝내면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 영상 아무거나 1개 보기'나, '오전 퀘스트를 모두 문제없이 마무리하면 점심땐 1만 원 넘는 메뉴 먹기' 등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좋아하는 일 위주로 구성하시면 됩니다.

(저는 주로 '화장실 가서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프렌즈타운 스테이지 1개 깨기' 같은 것이었...)


출처: 프렌즈타운 게임 화면




언젠가 심리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제가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미'라고 나왔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하기 위해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나 프로젝트였던 거죠.


누군가는 명예를 위해서, 누군가는 안락한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돈을 위해서 행동합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지향점은 다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구 것이 더 좋고, 옳고, 멋지고, 상위라고 따질 수 없는 거죠.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그 가치관이 무엇이든, 일을 게임처럼 퀘스트를 수행하듯이 진행할 수 있다면, 좀 더 수월하게, 빨리 업무를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 기왕이면 재미있게 하시는 게 좋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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