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완성을 위한 버퍼

3. 마감 지키기: 일단은 완료. 완성은 그다음 (2)

'버퍼링'이라는 컴퓨터 용어가 있죠. 우리는 버퍼링을 싫어합니다. 컴퓨팅에서 버퍼링이 일어날 땐 대부분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의미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 프로세싱 상에서 버퍼가 많은(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버퍼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2) 완성을 위한 버퍼

컴퓨팅에서, 버퍼(buffer, 문화어: 완충기억기)는 데이터를 한 곳에서 다른 한 곳으로 전송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그 데이터를 보관하는 메모리의 영역이다. 버퍼링(buffering)이란 버퍼를 활용하는 방식 또는 버퍼를 채우는 동작을 말한다.

컴퓨터 프로세싱 상에서 어떤 작업을 위해 일시적으로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영역을 미리 할당해서 비워두어야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컴퓨터 메모리의 여유분을 두는 것이죠. 그 여유분이 충분하다면, 컴퓨터가 열심히 버퍼링을 하고 있더라도 우리가 실제 그것을 느끼는 순간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저는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도 컴퓨터에서의 버퍼 같은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일정에서는 물론, 작업을 그 자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일정.

마감 기한을 지키기 위해 작업을 세분하고 일정을 쪼개 넣어둘 때, 여유 일정은 꼭 필요합니다. 

세분 일정에 여유를 주라는 게 아니고, 1차 완료 후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여유 일정을 주라는 뜻입니다. 

앞서 회차에서 얘기했듯이, 우린 일단 마감 기일을 맞출 수 있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이 지연될 수 있는 요소를 처음부터 제거해야 하고, 이것이 세분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는 이유입니다. 작은 작업들을 개별 일정에 맞춰 해놓은 다음이라면, 실제 마감이 다가오기 전인 여유 일정 동안에 검토하고 다듬어서 전체 작업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하찮고 쉬운 일로 보이더라도 미처 고려하지 못했을 요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세분 일정은 타이트하게 설정하고, 차라리 뒤에 여유 일정을 둬서 완성도를 높이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정에서의 버퍼는 그래서 존재해야 합니다.

작업에서의 버퍼.

세분 작업의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다 보면, 아무래도 개별 작업물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작업에서의 버퍼는, 그 부분을 이야기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완성에서의 부족한 부분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그 버퍼가 있기 때문에 최종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기가 오히려 수월할 수 있습니다. 언뜻 이상한 논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잠시 후에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개별 작업에서의 부족한 부분이 보이더라도, 우리는 일단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세분된 작업들을 개별 목표 기한에 맞춰 작업해내세요.

개별 작업들이 완료가 되었다면, 이들을 한 데 모은 최종 결과물을 작업할 차례입니다.

통합하는 작업에서는 전체적인 맥락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훌륭하게 작업된 세분 작업물이라도 전체적으로 어우러지지 않으면 수정되어야 하고, 어떤 경우엔 빠져야 하는 게 맞는 이치입니다.

이때 부족한 부분의 버퍼가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각각의 작업물이 너무 완벽하게 짜여져있으면 오히려 서로 이어붙이기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이미 가득 찬 물통에는 아무것도 넣을 수 없습니다. 빈 공간이 있어야 레몬 한 조각이라도 넣어서 상큼한 향을 더할 수 있지 않겠어요?

분리된 작업물들은 하나로 모아서 합치는 과정에서 전체 맥락에 맞춰 정리하고 수정해야 합니다. 이때 개별 작업물이 너무 완성되어 있어도 덜어내고 깁는 작업이 오히려 힘들어져 버립니다. 어쨌든 자신이 이미 작업해놓은 것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요.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해야 결과물의 완성도가 올라갑니다. 문장 몇 개가 좋다고 좋은 책이 될 순 없습니다. 

문장을 챕터로, 챕터를 책으로 묶으며 개별 작업물에 두었던 버퍼를 채워나가세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

이제 악마가 당신의 결과물에서 살아남지 못하도록 없애는 작업을 통해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세요.

세분한 작업의 완료를 목표로 작업해서 성공적으로 일정을 맞췄다면, 이제 여러분에겐 악마를 쫓아낼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