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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비아 Jul 23. 2023

우리의 슬픔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부모사별자의 내면치유 애도일기 #16. [Epilogue]


# 우리 같이 울어요     


모두가 빠른 시일 내에 괜찮아지길 바랐습니다. 얼른 털고 일어나라 위로했습니다. 슬퍼하는 이를 지켜보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했습니다만. 이제 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그런 말들이 큰 도움이 되진 않았습니다. 그들 중 누구도 나에게 울어도 된다고 충분히 그 감정에 있으라고 말해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 또한 이해합니다. 그들 또한 상실의 경험에서 그래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슬퍼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르든 얼마나 지속이 되던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나에겐 나를 외면하지 않을 시간이 필요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꿋꿋하게 슬퍼하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의 슬픔에 편승해 내가 흘린 눈물의 조각을 주웠습니다. 내가 겪은 아릿했던 일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 와야 할지 잘 몰라 타인의 애도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짧은 메모일 뿐인데도 마음을 토해내고 나면, 적어도 하루 이틀은 마음의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뱉어낼수록 이 작업의 끝에 서 있고 싶어 졌습니다.     


이 글을 쓰겠다는 의지를 심었습니다. 공개하겠다는 결심을 세웠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가 적어둔 삶의 기록을 통해 위로받았기 때문입니다. 대단하지 않지만, 진심을 담은 저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랐습니다. 비슷한 마음을 가진 누군가의 마음속 걸린 빗장을 잠시 풀어주고 싶었습니다.      


“당신과 비슷한 내가 여기 있어요.

그러니 우리 같이 울어요.”          




# 떠난 것과 남겨진 것 사이, 의미.     


글쓰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누군가에게 꼭 글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한동안은 고통과 불행이 가득한 이야기만 쏟아질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 이야기를 반드시 들어야 하는 이가 있다면 그건 곧 나였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도 나뿐이었습니다.      


희뿌연 것들을 다 털어내고 나면 무언가 선명해질 것입니다. 나의 고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의미들을 바라볼 숨이 쉬어질 것입니다.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나에게 찾아온 상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의미를 찾아본다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떠나간 이를 통해 그(또는 그녀)를 사랑했던 마음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 마음은 사랑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누군가를 향한 현재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할 것입니다. 돌아본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됩니다.     


사랑하는 이가 남기고 간 자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그 자리를 나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우리는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언젠가 의미를 찾겠다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합니다.          




# 새로운 삶의 시작      


자살사별자들의 애도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여섯 밤의 애도>. 속에 이러한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나는 자살사별자들이 ‘나는 지금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것을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275p.)”


애도 에세이를 완성하며 저는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행복하다고요.

26년 만의 일입니다.     


애도를 향유하는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그것을 온전히 즐기는 삶 말입니다. 부모님이 제게 남긴 유산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슬픔을 짊어지는 힘’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한두 번의 경험으로 앞으로의 모든 상실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힘이 나에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슬퍼하고 취약함을 겪는 나를 바라볼 줄 아는 힘과. 이런 일이 얼마든지 나에게 또 일어날 수 있음을 이해하는 힘이.     




애도를 겪고 있는 당신에게 제 이야기를 보냅니다.

당신이 마음껏 울며 당신의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괜찮아질 때, 당신의 이야기가 피어나기를 기다리겠습니다.     






* 그동안 저의 애도에세이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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