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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 사람 삶 연구소 May 11. 2024

#Episode 2. 사랑의 3요소 :친밀함,열정,약속


*연애상담 에피소드는 가명을 사용하고 재구성하여 씁니다.




상담심리학 수업에서 커플 역동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심리학자 스턴버그는 친밀함, 열정, 약속이라는 3요소로 사랑을 바라보고 연구했고, 심리학자 넬슨은 친밀감과 성관계를 커플 역동의 중요한 요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내용을 곰곰 배우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성(sexual behavior)을 스턴버그의 사랑의 3요소(친밀감, 열정, 약속) 관점으로 본다면, 나는 어렴풋이 성이 열정과 관련된 것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상 알수록 친밀함, 약속과 관련이 깊다. 기억 속에 떠오르는 커플이 있었다.






#

굳은 표정으로 상담실에 들어온 내담자 호연씨는 며칠 전 남자친구에게서 너를 많이 좋아하지만 더 만날 자신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오랜만의 여행을 함께 다녀온 후였다고. 호연씨는 한참을 평소에 얼마나 사이가 좋았는지, 결혼까지 이야기 나누던 사이였고 그 사람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는지 내게 말했다.



여행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호연씨가 말해주기를 기다리다가 상담시간이 너무 지나기 전에 물었다.




호연씨는 작은 숨을 몰아 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성관계를 한 지가 아주 오래 되었다고. 딱히 하고 싶지도 않았고 상대도 성욕이 강한 사람이 아니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걸 빼곤 모두 다 잘맞는 사이였다고.


그래도 너무 오래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는데 아마 상대도 그랬을거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서로 말없이도 성관계를 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그런데 그 날 밤 남자친구가 발기가 되지 않았고 그 모습에 호연씨는 불쑥 화가 났다고 했다. 아마 호연씨의 '화'에는 어색함, 당혹감, 속상함, 어떻게 해야할지 난처함 등 여러가지가 섞여있었을테다. 호연씨는 등을 돌렸고 남자친구는 등 돌린 호연씨를 달랬지만 달래지지 않고 둘은 싸늘하게 밤을 보냈다.




한참 말없던 호연씨는 느리게 말했다. 자기가 그 순간에 등을 돌린 건.. 남자친구에게 정말로 화가 나거나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너무 오랜만이라 긴장했었고 상황도 당황스러웠고 혹시 자신이 여자로 보이지 않는건지 그런 생각들이 들어서 그런거였다고. 나는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고 호윤씨는 말을 이어갔다.



" 그런데 어쩌면 그 사람이 저보다 더 긴장하고 더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요. 저는 등 돌리고 그 사람이 말을 걸어도 대답도 안했어요.. 그 때 뒤에서 그 사람 마음이 어땠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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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삼각형 이론은 3요소로 이루어진다.

열정, 친밀함, 약속.



친밀함은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다. 편안하고, 속을 터놓고 이해 받을 수 있고, 필요할 때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의 행복을 바라고 소유물을 공유한다. 만약 열정이나 약속의 요소가 없이 친밀함만 있다면 우정에 가깝다.



열정은 낭만, 육체적 매력, 몰입같은 것들로 이끈다. 사람을 강하게 움직이게 하지만 강렬한 만큼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만약 관계에서 친밀함이나 약속 없이 열정만 있다면 눈 먼 사랑이라고도 부른다. 그런 관계는 뜨거운 사랑이지만 정작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꺼지듯 갑작스레 사라질 수 있다.



약속은 사랑하기로 하는 결정이나 그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한 헌신을 뜻하고, 그래서 책임이 따른다. 약속은 관계를 지속시키는 안정성에 기둥이 되지만, 어떤 관계들은 친밀함이나 열정 없이 약속만 존재하기도 한다. 조건만을 위해 결혼하는 경우가 예가 될 수 있고, 공허한 사랑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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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삼각형이론으로 성관계를 바라본다면, 관계이기에, 열정만 작용하지 않는다. 친밀함과 약속이 필연적으로 함께 작용한다. 하지만 성은 곧잘 터부시되고, 그래서 더 커플이 성을 대화 나누기가 어려워진다.


호연씨 커플의 성관계는 열정이 필요했다기보다 서로 터놓을 수 있는 대화가 필요했을지 모르겠다. 열정이 부족해서 서로 멀어진 것이 아니라 친밀함과 약속의 부족이 서서히 쌓여서 서로 멀어지게 되었을지 모르겠다고.., 사랑의 3요소를 다시 배우면서 오래전 사연을 되짚어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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