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好不好)란?
사전적 의미로 ‘좋음과 좋지않음’
직장생활 10년차에 접어든 지금, 물렁하다고만 생각했던 나 또한 호불호가 분명한 사람이었다는 걸 조금씩 깨달아간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주 이런 말을 들었다.
"넌 정말 편견이 없는 것 같아."
"넌 모두랑 친해질 수 있는 사람 같아."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오 맞는 것 같아"라고 수긍하곤 했다.
학창시절부터 뭣 모를 사회 초년생 때, 세상의 쓴 맛을 덜 본 나는 때 묻지 않은 상태로 모두에게 관대했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 색안경을 끼지 않았고, 남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가십들로 그 사람을 평가하지 않았다. 한 순간의 모습으로 그 사람 전체를 재단하지 않으려 했고 이 모든 건 의식적이라기보단, 아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좋든 싫든 한 공간에서 함께 지내야 하는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 모두와 두루뭉실 잘 지내는 법을 익힌것도 한 몫했고, 늘 비슷한 사람들과만 지내다 보니 사람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던 것도 이유였을 것이다.
이렇게 흘러가듯 살아가던 내게 ‘취업‘이라는 변곡점이 찾아왔다.
나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허둥댄 결과, 무려 동료가 200명이나 되는 규모가 큰 직장에 취업하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선배와 후배가 나의 동료가 되었고, 특히 계약직인 친구들은 2년마다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 이런 환경에서 다양한 인간관계는 나를 잠식했고, '세상엔 정말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일로서 만났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신의 이익만 따져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선배라는 이유로 갑질하거나 후배들을 교묘히 괴롭히는 사람들은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 했다. 이들 앞에서 나는 절대 저런 선배가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반면, 'MZ 세대'라는 이름으로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후배들도 다반사였고, 그럴 때면 내가 젊은 꼰대가 되가는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나는 분명 우아하고 멋진 선배를 꿈꿨는데 말이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쌓여 10년이 지나니,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사람을 나누는 데이터가 켜켜이 쌓였다. 몇 마디만 나눠봐도, 혹은 인상이나 행동 하나만으로도 '불호'가 생겨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불호는 확장되어 ‘나와 맞지 않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으로 분류되었다. 누군가를 쉽게 미운 사람으로 규정짓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대체로 내가 먼저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사람들, 마음을 닫은 채로 있는 사람들이었다.
갑자기 머리가 띵해졌다.
마치 유레카처럼, 자명한 진리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싫어한다.
자신에게 살갑지 않고, 따뜻하지 않은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침 뱉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그 이유는,
"나에게 잘하지 않아서"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람마다 고유의 성격이 모두 다르다. 그 성격이 그 사람의 표현 방식의 최대치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가치관과 결이 다르니,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거다.
그런데도 나는, 그 사람이 나에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다가오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건 자만이었고, 생각의 오류였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어도 예전엔 나에게 잘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잘해주면 그 사람을 다시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
"예전에 내가 오해했던 것 같다. 사람을 잘못 봤었네. 이렇게 진국인데~!“
이 얼마나 우스운가.
나는 사회라는 찌든 때에 묵혀있던 나의 한심한 생각을 개워낸 것 같았다. 내가 '호라고 생각한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불호로 느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호일 수도 있다.
호불호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그리고 ‘불호’는 그 사람을 미워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단지 나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일 뿐이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상대의 입장을 조금 더 여유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저 사람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오늘보다 내일 더, 여유롭게 사람을 대하자.
(물론, 인격적으로 미숙한 사람들은 제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