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인문학] 이제부터는 ‘바래다줄게’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꽃'이 되다

by 모간

# 단어가 삶이 되다


여섯 살 어른 애지가 쓴 편지를 읽던 중, <선셍님 와찌~>라는 오타를 발견했다.


모간 : 애지야, 선생님은 어+이(에)가 아니라, 아+이(애)야!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다섯 살 어른 중지)

중지 : 엄마, 왜 선생님이 '아이'에요? 어른이잖아요.


다섯 살 어른 중지는 무럭무럭 자라, 일곱 살 어른이 되었다. 책을 읽다가 '데려다주다'와 '바래다주다'를 기어코 짚고 넘어가려고 모간을 불러 세웠다.


중지 : 엄마, '데려다주다'와 '바래다주다'는 같아요?

모간 : 어, 거의 비슷한 것 같은데. (예고 없이 치고 들어오는 질문에는 애매모호하게 답하는 게 진리다)

중지 : 근데 제 생각에는 다른 것 같아요.

모간 : 왜? 뭐가 다를까?

중지 : 바래다주는 건, 사랑하는 마음으로 배려를 하며 같이 가는 거고요. 데려다주는 건, 그냥 데려다주는 거예요.


중지의 해석은 늘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하게 된다. 같은 의미인지, 다른 의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지가 새롭게 의미를 부여해주는 순간, 단어는 '꽃'이 되어 발아래에 쿵 하고 떨어졌다. 애지중지와 걷는 걸음마다 '바래다주다'라는 단어가 향기를 내며 진동했다.


이른 아침 돌봄 교실로 애지중지를 밀어 넣을 때도, 아직 덜 끓어오른 찌개의 가스 불을 끄고 태권도 학원에 데려다 줄 때도, 그냥 데려다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배려하며’ 바래다줘야지. 이런 배움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고, 그 배움은 필히 앎으로 이끌어준 사람에게 되돌려주면 더없이 좋다.


데려다주다 : 일정한 곳까지 함께 거느리고 가 주다.
바래다주다 : 가는 사람을 일정한 곳까지 배웅해 주다. <출처 : 네이버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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