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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한울 Jun 20. 2019

퇴사 후 유럽 -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2018.04.23

근교 여행을 했다. 사실 리스본에 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호카곶'에 가보기 위해서였는데 신트라에 도착해서 1시간이 더 걸리는 이동시간을 감수하고 도착한 호카곶은 물안개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았다. 게다가 매섭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너무 차가워 호카곶에 오래 머무를 수 없어 다시 신트라로 향했다.


신트라 시내를 관광하기 위해서는 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보고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초반의 자신감은 1시간 동안 길을 헤매면서 사라졌고, 결국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해프닝을 겪었다. 관광객 틈에 섞여 버스를 타고 이동해 보니 도저히 걸어서 이동할 거리가 아니었다. 때론 복잡해도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다니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임을 깨달았다. 게다가 신트라는 아침의 호카곶과는 달리 맑은 날씨여서 조금만 걸어도 금세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고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택시, 오토바이, 버스들이 쉴 새 없이 다녀서 길을 걷기에 공기가 좋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스페인 여행을 할 때는 구시가지를 걷는 동안 차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하긴, 그 좁은 골목을 차가 다닐 수도 없었겠지만. 하지만 나 같은 뚜벅이 여행자에게는 그 편이 훨씬 여유로웠고 공기가 맑았던 기억이 있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여행하다 보니 그 나라 관광지 특성에 맞게 여행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 호카곶에서 실망하고, 낯선 곳에서 호기롭게 걷기를 결정했던 자신감에 좌절했지만 신트라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무어 성'에서 바라보는 신트라 도시의 전망은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멋있었다.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지고, 시끄러운 관광지의 소음에서 멀어져 고요한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신트라는 매력 있는 관광지이지만 작은 도시에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이동하는 것이 고역이다. 이동하다 지친다는 것이 딱 맞는 표현으로 정말 전쟁이 따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유명한 관광지도 많았지만 고요한 무어 성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피로함을 달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었다.


카스카이스를 가보고 싶었지만, 신트라의 맑은 날씨에 혹시 호카곶도 어느 정도 물안개가 걷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와 내일이면 리스본을 떠나기 때문에 언제 다시 호카곶을 와 보겠느냐는 아쉬움이 겹쳐지며 다시 호카곶으로 향했다. 아침보다는 안개가 많이 걷혔지만 서쪽의 끝이라고 불린 이 곳에서 탁 트인 바다를 보기에는 여전히 시야가 좋지 못했다. 그래도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던 오전의 풍경과 비교하니 지금 바라보는 풍경에 만족하게 됐다. 핸드폰을 켜서 내일 날씨를 확인하며 다시 올까 망설이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호카곶을 눈에 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야간 버스를 타고 다시 스페인으로 이동해야 한다. 교통비나 이동 시간을 고려했을 때 가장 효율적이어서 야간 버스를 선택하긴 했지만 여러 무시무시한 여행 후기들로 약간은 긴장이 된다. 한 편으로는 3일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내일이면 벌써 포르투갈을 떠난다는 생각에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특별한 일정은 계획하지 않았기 때문에 야간 버스를 타는 시간까지는 리스본에서 마지막 여행을 여유롭게 즐길 생각이다.


아침부터 고생했던 나를 위해, 그리고 리스본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는 기념으로 비싼 식당에서 와인을 먹으며 밥을 먹었는데 잘 못 선택했다. 간이 너무 짜고, 와인은 맛있었지만 알코올 기운으로 두통이 왔다. 그냥 앞으로는 점심을 잘 먹고 돌아다니는 것으로..


마드리드, 톨레도, 세고비아, 그리고 다시 마드리드에서 포르투갈까지. 익숙해지려고 하면 다음 여행을 준비해야 하는 일정이 설레면서도 고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아쉬운 만큼 하루를 소중하게 잘 보내자고 다시 마음먹는다. 새로운 여행의 시작을 기대하며, 처음 시도하는 야간 버스 일정이 안전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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