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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재글작가 Apr 21. 2019

아이티 안녕, 잘 부탁해!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

2019년 2월 20일 아이티에 도착을 했다. 내리쬐는 태양빛, 검은색 피부의 사람들, 도로에 가득한 오토바이, 움직이는 게 신기할 정도로 낡은 자동차들. 도로에는 차선이 없었고, 횡단보도는 물론 신호등도 없었다. 택시라고 불리는 작은 자동차에는 얼핏 봐도 열댓 명이 타고 있었고 그들의 시선은 모두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내가 앞으로 1년 동안 지낼 곳은 아이티의 지방 '오까이'라는 곳인데 수도 보다 더 전기가 귀하고, 모든 것이 열악한 곳이다. 어찌 됐든 어떻게든 잘 지내야 하니까 아이티야 잘 부탁한다.

오까이에서의 첫날은 나에게 무척이나 충격 그 자체였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불이 꺼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친구가 장난을 칠 때나 생기는 일이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야!"하고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자 아이티는 정전이 자주 일어난다는 정보가 떠올랐다. 바로 정전이었다. 첫날이었기에 랜턴도 챙기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어둠과의 사투를 벌이며 샴푸를 하고, 세수를 했다. 첫날 아이티가 나에게 준 매력은 정전, 도마뱀, 모기, 무더위, 매연, 어둠이다. 내가 지내야 할 곳의 매력이라면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으리.

사진에 보이는 친구들과 함께 생활을 한다. 만난 지 하루 만에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나는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친구들은 불어를 가르쳐준다. 함께 몸을 부대끼며 생활하다 보면 모든 것이 익숙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이에 서는 매일 아침으로 딱딱하고 맛없는 빵 두 개와 설탕물을 먹는데 나는 영 입맛에 맞지가 않는다. 아니 한국인이라면 입맛에 맞을 수가 없는 특별한 맛이다. 그래도 어쩌랴 이미 아이티에 와버렸는걸. 정말 배고픔을 느낀다면 이 또한 맛있는 음식이 되지 않을까?

아이티에서의 모든 일을 생생하게 기록하려고 한다. 좋은 것, 나쁜 것, 기쁜 것, 슬픈 것 등 모두 다 말이다. 1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며 느끼고, 깨닫는 모든 것들은 이곳에 기록하고 나누고 싶다. 비록 어둡고, 덥고, 맛없는 이곳이지만 어떻게 바뀌어 갈지 나 스스로에게도 궁금하다. 오늘 밤은 너무 예쁜 밤이다. 전기가 없다 보니 밤하늘을 빽빽하게 채운 별들이 가득하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빛나는 아이티의 하늘아 나는 네가 가장 마음에 드는구나. 아이티 안녕,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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