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쏙 드는 테라스 공간이 있어서였고, 아파트에 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나의 신념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받은 전세금과 얻은 집의 전세금 차이는 5천만 원.
당시 한참 주식에 골몰하여 있던 차에 순간의 판단력 결여로 두 바구니에 계란을 몰빵 하여 담았고, 그 결과 현재 주식시장에 -20% 육박하는 손해율로 묶여있다.
두세 달 전 즈음하여 세입자는 집값 폭락을 근거로 전세금을 9천만 원 낮춰 갱신해 달라고 먼저 연락을 해 왔고 그것은 내가 감당해 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기에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거절한 후 다른 전셋집을 알아볼 수 있게 전세금 일부 반환을 요청하기에 3천만 원을 내어주고 집주인에게도 같은 내용으로 사정을 얘기한 후 계약 종료를 통보하였다.
언제 나가느냐는 얘기에 계약 종료일에 나간다고 답변했고 그 후로 집을 보러 온 몇에게 집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어제,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새로 계약하는 사람은 10월에 들어온다 하니 그때 전세금을 받아 나가라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난 계약대로 8월 초에 나갈 예정이라고 대답하자 집주인은 짜증을 내며 석 달 안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법대로 해보라고 화를 버럭 내기에 알겠다고 같이 소릴 지르고 끊었다.
본디 예민하고 화가 많은 나는 타인에게 잘 휩쓸린다.
요즘 사주공부에 열을 올리며 나의 기질 파악을 한 후 신약한 나에게 감정 패착 요인이 존재함을 인정하고선 어지간하면 감당할 수 없는 범위의 화를 내지 않았기에 심장이 쿵쿵 뛰며 뒷골이 땅기는 증상으로 깊은숨을 고르며 마음을 추슬렀다.
집주인은 지금 최선을 다해 내 계약금액보다 8천만 원을 낮춰 새로운 세입자를 구했고 돈을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드리는 거라고 자신을 합리화했다.
하나도 미안해하지 않는 그 뻔뻔한 태도에 질려버렸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건물은 빌라고, 건물주가 양아치 기질이 있다는 것은 입주 전부터 진즉 알고 있었으나 테라스를 보고 꾹 참고 들어온 것이다.
8천만 원을 낮춘 것도 내게 말하지 않았지만 네이버 부동산을 보고 이미 알고 있었다.
그 금액이라면 내가 갱신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층간소음의 개념을 물 말아먹고 아랫집에 대한 배려라는 것이 전혀 없이 맨발로 발망치를 찍어대는 윗집(+개 짖는 소리)때문에 가뜩이나 몸과 마음이 아팠던 지난겨울부터 현재까지 시달리고 있으므로 갱신할 뜻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 집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사용하지도 않은 가스비가 과도하게 청구되는 것이 이상해 지난 4월 출근하며 보일러를 끄고 계량기 사진을 찍고 퇴근하며 계량기를 촬영한 결과 내가 집에 없는 사이에 계량기가 혼자 돌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가스공사에 문의를 하여 며칠간 촬영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가스누수가 있는지 검사하러 와서는 집에 가스가 샌다고 했다.
그것은 압을 검사하는 기계를 사용해서 검사를 해야 한다며 지사장이 기계를 가지고 밤늦게 와서 검사를 한 결과 다른 집 계량기에 우리 집 호수가 기재되어 있다며 여태껏 내가 낸 건 아랫집 가스비였다고, 건축주에게 같은 사실을 통보하여 전체 호실 연결을 점검해봐야 한다고 알렸다.
나중에 전체 점검한 결과 같은 라인의 2층과 5층, 3층과 4층이 잘못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로 인해 나는 대신 납부한 가스비 50만 원을 아랫집에서 받았다.
내가 병원에 입원하느라 겨울에 장시간 집을 비우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모르고 슬쩍 넘어가고 말았을 경악할만한 이 사건조차 집주인은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다.
가스비가 이상하게 나온다고 얘기했을 때도 개소리 취급하며 무시하던 집주인은 그때도 내가 예민하다고 했었다.
윗집 층간소음도 내가 예민해서라고 내 탓을 했다.
그래, 본인도 인정한 참으로 예민한 나에게 전세보증금으로 인한 시련까지 겪으라니 어떤 맥락으론 고맙기까지 하다.
사실 나는 상식선에서 벗어난 사람에게 단호하게 대처하는 성향이라 돌 + I 들을 만났을 때 참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일명 또라이 맞춤형 전문가다.
다른 사람들은 피곤해서 가지 않을 가시밭길을 거침없이 전진하는 불도저랄까.
그들은 일단 자신이 잘못한다는 인식이 없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는 무던한 사람들을 만나 지금껏 별 탈 없이 "뭐 어쩌라고, 배 째~"를 주 무기로 또라이 기질을 무한히 펼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더럽다고 피하지 않는다.
니가 똥이면 나도 똥이다 같이 한번 붙어보자 정신으로 무장하고 결연하게 대처한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임자 만났다"고들 한다지, 아마?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보통 이런 경우 "어어, 그 사람 큰일 났네. 마음지기 만났으면 이제 끝났어" 라며 상대를 동정한다.
사족으로 지금껏 참 교육에 성공한 사례를 몇 개 적어보자면
* 네이버 카페에서 중고직거래 글을 올려 돈만 받고 먹튀 하려던 판매자를 대화내용과 입금내역만으로 더치트에 등록, 카페 내 피해자 추가 양산을 막기 위한 공익성 글을 작성하여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금액을 변제 (2023년)
* 코로나지원금 지역발행카드를 소득공제 목적으로 등록 후 분실한 가족의 카드를 사용정지 신청하여 , 카드사용 내역을 발급받아 병원에서 이용된 것을 확인 점유이탈물횡령으로 고소장 제출 사건접수 후 피해금액 변제 (2022년)
* 헬로마켓에서 짝퉁 향수를 판매하고도 당당하던 판매자에게 특허청에 감정의뢰를 보내 가품 결과지를 받아 사기죄로 사건접수 후 피해금액 변제 (2016년)
* 차량 범퍼 접촉사고 후 조치 없이 떠난 가해자가 같은 아파트 주민임을 cctv 2시간 확인 후 연락하자 차주가 타지에서 교육받고 있다며 화를 내기에 물피뺑소니 접수 후 직영정비사업소 입고 범퍼 교체 및 대차 진행, 차후 연락이 와 자신의 아내가 운전했다며 접촉사고가 난 줄 모르고 갔다기에 cctv에서 직접 내려 충격부위를 확인하고 조치 없이 가는 것이 촬영되어 있다고 통보 (2012년)
* 경찰서 주차장 내에 주차된 차를 A가 주차 중 조수석 문짝과 펜더를 대차게 훼손하고 연락 없이 간 것을 의경이 목격, 연락하니 조사받아야 하는데 뭐 어쩌라고를 시전, 보험 접수해 달라니 그거 그냥 문지르면 된다고 아무 말 대잔치, 말 안 통하기에 뺑소니로 사건 접수 후 정비 의뢰 후 대차. 가해차는 렌터카였으나 알고 보니 A의 조카인 B의 렌터카였고 A는 보상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내 자차로 처리하라는 통보받아 자차 접수해 차량 수리비는 보험사에서 A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서 받는데 수개월 소요, 하지만 대차비용은 자차 범위가 아니라 받아줄 수 없다는 없다는 입장, 가해차를 렌트했던 B까지 민사소송의 대상 범위에 포함되므로 법률상담받아 소액심판 청구 민사소송 예정 사실 통보하며 소송비용까지 청구할 테니 조카랑 같이 법원에서 만나자고 문자 보내자 렌터카 비용 납부로 지리멸렬하던 전쟁 종결 (2021년)
이삿짐을 싸기 전 버릴 물건들을 비우고 정리하느라 요 근래 바빠서 글을 쓰지 못했더니 이렇게 또 쓸거리가 생겼다.
살짝 설렌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기분?
앞으로 전세금을 받기 위한 나의 여정을 기록해 볼까 한다.
집주인, 아니 임대인이여, 그대에게 나는 임차인에 불과하겠지만 나도 누군가에게는 임대인이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고 내 눈에 눈물 안 날 순 없으리라.
그로 인한 부대비용이야 어차피 기회비용에 불과하다.
내일부터 임차인에게 내어줄 전세금 반환대출을 알아보고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