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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기 Jul 24. 2023

생애 첫 내용증명을 보내며

전세보증금 반환, 첫걸음을 떼다.

주말 내 폭풍검색으로 내가 가야 할 험난한 여정을 먼저 겪은 선배들의 수많은 재능기부성 글을 독파하며 내용증명 작성방법을 터득하고 초안을 잡아 작성했다.

말로만 듣던 내용증명을 작성하게 될 줄이야..

내용증명이란 말하자면 유니콘 같았다.

그런 게 있긴 한데 본 적도, 볼 일도 없는 그런 존재.

근데 그걸 내가, 그것도 같은 것을 네 부나 만들었다.

유는 빌라가 4명의 공동 합자물건이기 때문이다.

중 한 명인  A가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체결했지만 전세계약서상 공동임대인은 4명이었다.

나에게 법대로 해보라고 큰소리치던 A는 B를 전세계약서상 임대인으로 내세우고 본인은 공동임대인으로 별지에 슬쩍 빠져 있던 것이었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던 자신감은 이거였구나... 내가 결국 돈을 들여 법무사나 변호사의 도움 없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짐작했을 거란 깊은 빡침을 얻게 되자 상대를 바꿔가며 네 장을 금세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임대인아, 제 목표는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저처럼 곤경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을 위한 재능기부를 꼭 하고 싶거든요!


우체국에 방문하자 발송용 봉투에  발신자와 수신자 주소까지 기재해 달라고 한다.

심하게 악필인 나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수신자와 발신자를 출력하여 비에 번지지 말라고 테이프까지 붙여 곱게 대봉투에 붙여갔다. 대봉투 입구에 양면테이프를 한 면만 붙여 풀 없이도 바로 보낼 수 있게 미리 작업해 간 것은 물론이다.

총 4명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데 소요된 비용은 15,680원.

이틀 동안 잠도 설쳐가며 속앓이 하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고 나서 대리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토요일 통화 후에 생각해보고 인터넷 검색 해본 결과 입장차이가 너무 명백해서 합의점을 찾기 힘들겠다 싶어 오늘 점심시간에 우체국에서 네 명의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서를 발송했습니다. 7월 19일부터 시행된 강화된 임대차보호법으로 전세기간 만료 전에도 내용증명을 근거로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에서 공시송달로 임차권 등기가 가능하다고 하니 내일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겠습니다. 제가 전세금을 못 받으면 퇴거를 못할 거라고 생각하시나 봅니다만, 주택담보대출은 없으니 집을 담보로 전세금반환 대출을 신청해서 제 임차인에게 내주고 현재 거주 중인 집에 임차권등기사실이 확인되면 퇴거하여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할 계획입니다. 그에 관련한 내용을 기재하여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고 알려드립니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작성해서 보냈지만 답은 없다.

그가 간과하고 큰소리쳤던 것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정된 시행령이 10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3개월 앞당겨 시행되었다

내용증명을 근거로 내일은 임차권 등기를 신청할 것이다.

아직도 나를 조롱하던 임대인의 말투가 귀에 쟁쟁하다.

"아니 그러니까 보증보험 왜 안 드셨어요? 누가 못 들게 했냐고. 등기도 치시지 왜? 법대로 하세요 법대로~ 석 달 안에 뭐 할 수 있는 게 있는 줄 아나?"

저도 이 자리를 빌려 임대인께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요~ 저도 그런 줄만 알고 식겁해서 찾아봤더니 아니더라고요? 제가 이런 일 겪을 줄 알고 5일 전부터 개정된 시행령도 적용되는가 봐요~ 내용증명은 오늘 보냈으니 내일은 등기 치러 갈게요! 새로운 경험시켜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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