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진실을 말했기에 더 나쁘다고?

대한민국 형법이 '오웰'을 이기는 법

by Tord

“진실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나쁘다.” 이 말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법정에서 실제로 채택되는 논리 중 하나로, 진짜 사실을 말했음에도 그 표현이 타인의 명예나 체면을 훼손한다고 판단되면 처벌받을 수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진실을 말했기에 오히려 그 진실이 문제가 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조지 오웰은 『1984』에서 이렇게 썼다:


“Freedom is the freedom to say that two plus two make four. If that is granted, all else follows.”

“자유란 2 더하기 2는 4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다. 그것만 보장된다면 다른 자유는 따라온다.”


라고 선포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그 말을 하는 순간, 피고인으로 전락할 위험조차 내포되어 있다.


진실인데 왜 처벌받죠?

한국엔 이상한 법이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거짓이 아니다. 진짜 사실을 말했는데도, 그게 누군가의 체면을 깎았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벌금형은 물론, 2년 이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진실이라 더 위험하다”는 논리가 법정에서, 판결문에서, 공공연히 통용된다.


이 법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법은 1953년, 한국 형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존재했다.

그때 형법은 일제강점기 일본 형법을 거의 그대로 계승한 구조였고, 명예라는 가치를 법적으로 과도하게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 동안, 이 법은 어떤 정권에서도 폐지되지 않았다. 어느 정치세력도, 어느 국회도 이 법을 끝내 손대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진실이 불편한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진실보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에선 이 법이 너무나 유용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이 법을 어떻게 보나


미국: 진실이면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의 최상위 원칙이다.

영국: 형사 명예훼손죄는 2009년에 완전히 폐지됐다.

유럽 대부분 국가: 형사처벌은 없거나, 있어도 실제로는 거의 적용하지 않는다.

일본: 과거엔 한국과 비슷했지만, 지금은 사실을 말한 경우 거의 처벌하지 않고, 공익 목적 폭로는 명확히 면책된다.

그리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한국 정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형사처벌하지 말고 민사 제재로 대체하라고 반복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선 “진실을 말했는데 처벌당했다”는 뉴스가 민주주의의 붕괴로 보도된다. 그런데 한국에선 그게 그냥 판결이고, 그냥 일상이다. 전 세계에서 ‘사실을 말했기에 죄가 된다’는 논리를 실제로 법으로 집행하는 나라, 그 사례는 손에 꼽는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한국이다.



오웰은 틀리지 않았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말했던 것처럼, 진실을 말할 자유가 사라지면 모든 자유는 허상이다.

오늘 한국에선, 진실을 말하면 고소당할 수 있다.

진실을 말한 사람이 피고인석에 서고, 진실을 감춘 사람이 피해자석에 앉는다.

이건 단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건 자유가 무너졌다는 징표다.


이제 묻는다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죄가 되는 법, 그걸 만든 건 누구며, 그걸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건 누구인가.

이 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가.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진실을 속삭이듯 말해야 하는가.

이제 정말,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우린 아직도 2 더하기 2는 4라고 말할 수 있는가?”


최근 10년간,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건은 약 2,556건에 달했다.*


그리고 2021년, 헌법재판소는 이 법에 대해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 (출처: 로웨이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왜 문제인가?」, https://www.lawwave.kr/learn/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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