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차가 되니 디톡스는 일상이 되어있다. 그렇게 힘들게 결단까지 하면서 시작한 디톡스인데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디톡스를 하면서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어떤 일이든 별거 아닌데 시작부터 겁내는 것. 생존을 위한 DNA 때문인가? 새롭게 시작하려는 건 위협요소로 간주되기 때문에 우리는 경계부터 하는 걸까?
디톡스에 대한 두려움이 단 4일 만에 아무것도 아닌 그저 일상으로 자리 잡혀버렸다.
오히려 디톡스를 하면서 감사하게 된 일들이 많다. 먼저 일상의 반복이 주는 감사이다. 디톡스 전엔 다양한 이유로 3끼를 정확히 챙겨 먹지 않았다. 늦게 일어나서, 교육일정 때문에, 바빠서, 더워서, 입맛 없어서... 다양한 이유로 하루 3번, 끼니조차 제때 챙겨 먹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안의 균형은 조금씩 깨져가고 있었다. 미세한 균열이 내 행동에 영향을 끼쳤다. 끼니 대신 일을 했다. 당장 얻는 성취감은 만성피로로 다가왔고 어느 날 갑자기 인생에 대한 회의감으로 몰려온다. '내가 뭐하려고 이렇게까지 사는 거지?'
그런 나에게 3끼가 주는 행복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엄청난 선물이었다. 하루 3번 나를 돌볼 시간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사실 3끼를 잘 챙겨 먹는 일부터였다.
두 번째는 맑아진 정신이다. 나쁜 음식을 제한하는 대신 부족했던 영양을 듬뿍 넣어주고 세포가 깨어나는 시간에 잠을 잔다. 디톡스 전엔 딱 반대로 생활했다. 나쁜 음식을 듬뿍 먹고 영양은 최소로 넣어주고 세포가 깨어나는 시간에 일을 했다.
그래서일까. 사실 그동안 안갯속을 뛰는 기분이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아 답답했다. 그래서 단 10분이라도 나를 점검해보려고 하면 내 행동의 독소들이 올라왔고 나는 다시 안갯속을 뛰곤 했다. 나에게 있어 행동 독소는 남의 인생을 훔쳐보는데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다. 타인의 삶이 내 인생을 지배하고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해 한 가지조차 제대로 해낼 수 없었다.
늘 안갯속을 뛰던 내가 디톡스로 행동 독소까지 비워낼 수 있었다. 남 인생보다 내 인생에 집중을 하고 한 가지 일만 집중하는 힘이 생겼다.
단순하게 몸을 생각해서 시작한 디톡스가 4일 만에 내 일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심지어 나의 비전까지 다시 점검해보는 시간을 선물했다. 정말 단순하지만 마음을 변화시키려면 몸부터 변화해야 했다. 몸이 변하니 마음은 쉽게 뒤따라왔다. 마음을 재정비하고 싶던 그 수개월 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디톡스 시기에 해냈다.
자가격리 중에 많은 미디어를 접했다. 그런데 가장 집중하면서 본 영화는 [리틀 포레스트]였다.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늘 바쁜 내 일상에 잔잔한 영화는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후순위로 밀려났던 영화였다. 그런데 그 어떤 영화보다 집중하면서 봤다. 영화 중간에 류준열이 이야기한다.
내가 제일 원하는 삶이 생각하면서 사는 삶이었다.
내가 결정권을 가진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이었다. 그래서 나는 정기적으로 쉼표가 있는 삶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디톡스는 4일 만에 성공했다고 본다.
-꾸륵꾸륵 소리가 거의 안 난다
-얼굴색이 많이 좋아졌다
-발은 매우 뜨거움에서 중간 뜨거움으로 내려왔다
-조급하지 않다
-또 살이 빠졌다? (어쩌다 3kg감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