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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늬 Jul 27. 2021

디톡스 일기 6일 차

나쁜 음식을 먹지 않고 내 몸 안을 싹 비워내고 있다. 하루 3끼 일정하게 먹고 최소한의 음식으로 살아간다. 양은 적지만 그 어느 때보다 영양은 가득하다.


디톡스로 6일을 보내면서 몸이 가벼워진 게 느껴진다. 늘 부어있는 느낌 혹은 누군가 나를 누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가볍다.


비워내야 새로운 걸 채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어왔다. 그런데 비우는 게 그렇게 힘들었다. 순간을 참아내지 못하고 먹고, 소비했다. 나한테 탄수화물은 그런 존재였다. 순간을 참아낼 수 없는 마약 같은 존재.

딱히 배고프지 않아도 습관처럼 먹었다. 그 결과 몸은 계속 무거워져 갔다. 동시에 몸은 여러 가지 시그널을 보냈다. 붓고, 손발이 차고, 늘 피로했다. 하지만 순간의 만족을 위해 또 먹었다.


30대인 지금은 기껏 해봐야 붓고, 피로한 정도로 끝날 수 있다. 문제는 40대, 50대가 되었을 때 지금처럼 견뎌내 줄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비워내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반년을 버티다 디톡스를 하게 되었다.


6일을 비워내니 순간의 쾌락보다 절제의 기쁨이 더 큰 행복임을 알게 되었다. 이제 많은 걸 채우기보다 좋은 걸 적당히 채우는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몸을 비우고 나니 주변 환경도 비우게 된다. 덕분에 대청소를 했다. 50리터 2 봉지가 나왔다.

이 100리터 때문에 집은 치워도 치워도 엉망이었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 정리정돈부터 시작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대청소를 하면서 100퍼센트 공감 갔다. 정리정돈만 잘 되어도 쓸데없는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어지러운 환경이 마음까지 어지럽게 했다. '이거 언제 치우지?' '신경 쓰이네' '치우고 할까'

집 역시 비우고 나니 글쓰기가 더 수월해진다. 더 이상 잡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몸을 비우고, 집을 비우면서 비워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기로 한다. 디톡스만 했을 뿐인데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몸이 가볍다

-얼굴톤이 맑아졌다

-턱살이 제거되고 있다

-발이 뜨겁지 않다!

-역시나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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