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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늬 Jul 29. 2021

디톡스 일기 7일 차

자가격리 해제된 날

예상치 못했던 자가격리는 혼란으로부터 시작됐다. 갑자기 문자가 막 오더니 당장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라, 그리고 아무 곳도 들리지 말고 집으로 가라로 시작이었다. 


첫 단계는 현실 부정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에이 거짓말. 음성 뜨면 나와도 되겠지'

음성으로 나와도 확진자와 마주쳤던 날로부터 2주 격리가 원칙이었다. 불행 중 다행은 꽉 채운 2주가 아니라 11일만 자가격리를 하면 된다는 사실이었다. 

현실 부정 단계가 끝나자마자 다음 주 일정부터 처리하기 시작했다. 강사 대체부터 강의 연기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여 문제부터 해결했다. 그렇게 예정되어 있던 외부강의 스케줄을 다 정리한 다음 11일 동안 집에서 해야 할 일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나란 사람 정말 쉬질 못하는 사람이구나...)

밀려있던 서류업무부터 쌓여있는 집안일까지 집에만 있어도 해야 할 일이 참 많았다. 쭉 쓰고 보니 11일로는 부족해 보였다. 그 많은 스케줄 중에 내 가슴을 가장 뛰게 했던 한 가지, 바로 디톡스다.


자가격리가 아니어도 할 디톡스였지만 자가격리 덕분에 디톡스가 수월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주일을 지내고 보니 디톡스 덕분에 자가격리가 수월했었다.


자가격리 첫째 날은 양성인지 음성인지 결과도 안 나온 상태여서 '괜찮을 거야'를 내뱉으면서도 불안했다. 불안함을 해소하려고 몸을 움직였다. 대청소를 했다. 반나절을 치워도 작은방을 치우지 못했다. 그렇게 첫째 날을 보냈다. 다음 날 눈을 뜨니 문자가 도착해있었다. 결과는 '음성' 

불안한 마음은 반으로 줄어든 대신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10일은 꼼짝없이 갇혔구나. 그러면서 괜히 우울해졌다. 우울감은 무기력으로 이어졌고 쉬고 싶을 때 보고 싶었던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말을 개처럼 살았다. 의미 없이 티브이를 켜 둔 채로 배고프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본능에 충실했다. 


그렇게 내 일상이 무너져가고 있었다.


아침, 점심, 저녁이 없이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업무를 처리하면서 배고프면 먹고 아니면 말고. 자는 시간도 대중없었다. 그때 디톡스가 생각났고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자가격리 5일 만에 디톡스를 시작했다. 디톡스는 식단이 정해져 있다. 아침, 점심, 저녁 시간 맞춰 챙겨 먹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다시 일상이 생겼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반복된 일상이 나를 다시 살아 움직이게 했다. 시간 맞춰 자고 일어나고, 때 되면 먹고, 일하고, 쉬고..


활력이 생기고 처음 적었던 해야 할 일 리스트에 일들이 하나씩 지워졌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자가격리기간은 끝이 났다. 집 안에서도 일상적으로 지냈기 때문에 일상 복귀가 부담스럽지 않았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이 모든 게 디톡스 덕분이었다.



-얼굴에 있던 붉은 끼가 사라졌다

-발이 뜨겁지 않다!

-몸이 가볍다

-온몸 활력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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