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한 뒷담화

결국 네 덕분에 성장하는 내가 되어줄게

by 김하늬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말이 있다. 대놓고 나를 욕하는 사람과 돌려서 은근히 나를 돌려 까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더 미울까? 그 두 사람의 경중을 따지는 것부터 무의미한 일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대놓고 욕하는 사람은 차라리 순수한 사람이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시간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몸은 한 갠데 육아도, 집안일도, 아내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역할들을 해내야 했다. 사람이 들어온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바로 느낀다고 하듯이 일을 시작하기 전 주로 함께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이 가장 빨리 나의 사회적 복귀를 피부로 와 닿았었다. 친구로서 나의 역할이 축소되는 시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해줬다. 그런데 가장 가까웠던 사람의 표면적인 응원을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었다. 물론 눈치껏 나의 복귀를 탐탁지 않아하는 것을 느낄 순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감정을 내가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에 모른 척 넘긴 적이 많았다.

그렇게 가까웠던 사이가 한순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 그렇게 선을 지키는 사이로 변화할 때쯤 사건이 터졌다. 어쩌다 친구들의 싸움을 목격하게 되었고 그 싸움에서 내가 온전히 본인 편을 들지 않았기 때문에 나까지 정리되었다. 한순간에 친구를 잃었다. 끝인 줄 알았는데 사실 시작이었다.

나를 칭찬하는 듯 은근히 뒷담화를 해온 A. 그 이야기에 동조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사실에 관계에 대한 염증을 느꼈다.

"참 열심히 사는데, 걔 그렇게 사회생활하면 힘들겠다. 그치?
그래도 하늬 열심히 사니까"


주로 이런 패턴의 대화로 나를 안주거리 삼았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 특히 구설수에 오르기 좋은 위치에 있는 것도 알기 때문에 내 뒷담화를 하는 일엔 그럴 수 있지 하면서 넘기는 힘도 생겼다. 그럼에도 견디기 힘든 건 나를 위하는 척하면서 결국은 다른 사람들의 동조까지 얻으려는 행동은 아직까지 쿨하게 넘기기 힘들다. 내 그릇이 아직은 여기까지 인 거다.


그릇을 키우는 일, 많은 상처의 합인 것 같다. 그렇게 내 그릇이 커지고 있는 중이라 위안 삼는다. 그래도 네가 존재하기에 내가 성장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주문을 외운다. 고마워. 내 그릇을 키워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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