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이 주는 감동

내 세계를 넓혀가는 방법

by 김하늬

독서모임을 한 지 4년 정도 되었다. 워낙 극 외향적인 성격이라 내가 책을 읽는다고 하면 다들 놀라는 반응이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내향적일 거야!'라는 선입견이 우리 무의식 저 끝에 존재하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누구보다 외향적인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역사를 풀어보자.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은 아이 었다. 궁금한 걸 못 참아서 질문이 많은 아이 었다. 수많은 질문이 엄마를 귀찮게 했다.(엄마가 되어보니 이해가 되는 웃픈 현실이다.) 엄마는 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주는 대신 책을 엄청 사줬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시절엔 전집을 파는 분이 학교에 들어와서 학생들에게 '전집 구매 통신문'같은 종이를 나눠주었다. 내가 사고 싶은 전집을 체크해서 엄마한테 결제를 받으면 집으로 전집이 배달되는 시스템이었다. 생각해보면 참 신박한 때였다. 학교에 합법적으로 영업사원이 들어와 학생들에게 영업을 하다니!


그렇게 우리 집엔 전집이 쌓여갔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구매한 책은 읽지 않았다. 집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었는데 빌려온 책만 주야 장찬 읽었다. 그때 내가 좋아했던 책은 해리포터나 하이틴 연애소설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엔 만화책 대여방이 곳곳에 있었는데 하루에 읽은 만화책만 해도 내키만큼 읽어댔었다.

주로 만화책이었지만 책은 늘 가까이했다. 입시 때를 제외하곤 책은 늘 가까이 두었다. 20대 초반에도 논다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완독은 힘들었지만 책은 꾸준히 샀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겼다. 21살에는 CGV에서 알바를 해서 일하던 1년 동안은 영화만 봤다. 영화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뮤지컬, 연극에도 관심을 가졌고 약간의 여유가 있을 땐 콘서트도 주기적으로 다녔다.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에는 그렇게 미술관을 다녔다. 돌이켜보면 다양한 문화활동을 꾸준히 즐겼다. 문화생활을 통해 나름 교양인이라는 20대의 허세도 한몫했다.


그러다 일찍 결혼과 출산을 했다. 육아는 내 개인 시간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완모(완전 모유수유)를 했기 때문에 아이는 늘 내 곁에 있어야 했다. 아이는 너무 예쁘지만 개인 시간이 없어지자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뭐라도 나를 위한 일을 해야 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이 독서였다.


아이가 잘 때 혹은 수유하면서 책을 틈틈이 봤다. 처음엔 육아서였다. 그렇게 육아서만 읽다 보니 다른 책도 읽고 싶어 졌다. 그렇게 <책은 도끼다>를 보았고 그때부터 진짜 나를 위한 취미활동으로 굳혀졌다. 육아서를 읽을 때는 육아의 연장이었지만 인문서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었다. 인문학 도서, 경제, 자기 계발, 에세이,소설 순으로 확장되었다. 혼자서 3년을 읽었다. 그 정도 되니 함께 읽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일단 사람을 모아서 서툴지만 독서모임을 시작하였다.


함께 읽는 책은 더 재밌었다. 외향적인 성향인 나와 너무나 잘 맞는 취미생활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여러 사람이 모였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인 뒷담화가 없었다. 약 2시간 정도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총알같이 지나갔다.




책을 읽을 때는 혼자서 읽어야 하지만 독서모임은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래서일까. 균형이 맞는 최적의 취미활동이 아닐까 싶다. 때론 혼자서, 때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혼자 읽는 책은 나만의 세계에 침몰될 수 있지만 함께 읽는 책은 세계의 확장이 가능하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나와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 생각 그릇 역시 넓힐 수 있다.


오늘 같이 사업하는 팀원들과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많은 동료들이 나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마음이 뭉클했다. 책을 읽고 같이 나눌 사람이 있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내 사명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모든 배움은 감동이다. 감동에 젖은 밤이다. 글을 다 썼으니 독서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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