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운해졌다. 지극히 내 입장에서.

역지사지가 힘든 우리들에게

by 김하늬

역지사지.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한자성어이다. 익히 들어오는 말인데 '역지사지'가 참 안된다.


나는 꽤 자기중심적인 인간이다. 나만 좋으면 된다.

나는 이해심이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나는 서운해졌다. 지극히 내 입장에서.


서운한 감정은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나온다.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상대방 행동에 서운함을 느낀다. 예를 들면 '뭐해?'라고 물어본 카톡이 몇 시간이 지나도 읽지도 않았을 때, '자?'라고 물어봤을 때 그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연락이 올 때 서운함이 몰려온다. 생각해보면 아주 바빴을 수도, 정말 피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극히 내 입장에서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면 서운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내 여유시간에 상대방과 연락이 잘 되길 바란다. 내가 바쁠 때는 그 사람이 카톡을 안 읽어도 서운하지 않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책을 좋아한다. 보이지 않는 사랑을 가벼움과 무거움으로 표현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랑이 누군가에겐 가볍고, 누군가에겐 무겁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어서 때론 오해를 사기도 한다.

'내가 본 너는 가벼운 사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대로 상대를 짐작했음을 깨닫는다. 나는 지극히 가벼웠기에 너 역시 가벼웠을 거란 생각을 했다. 오해를 했다. 그래서 네가 가볍게 나를 대하지 못해서 서운함을 느낀다.

역지사지. 나는 무겁게 너를 바라봤다.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네 사랑에 부응할 수 없었다. 가볍게 시작할 수 없는 사람이라 너를 밀어낸다. 그래서 너를 서운하게 할 수밖에 없다.


가벼웠던 사랑은 무거운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거웠던 사랑은 가벼운 사랑을 이해할 수 없었다.


너를 이해한다고 말은 했지만 둘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은 원래 자기중심적이다. 결국 내가 힘든 것만 생각한다. 그래서 서운함이 생긴다.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면 서운한 감정이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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