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 사라지면 읽은 사람이 된다

읽씹과 '1'

by 김하늬

스마트 폰이 나오고 카톡이 나왔다. 문자 메시지를 대체할 수 있었던 카카오톡의 절대적인 기능 중 하나는 내 메시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메시지 앞에 숫자 '1'은 상징적이다. 일단 '1'이 사라지면 공식적으로 나는 읽은 사람이 된다. 분명 문자메시지 시대 때는 '읽었음'은 나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카카오톡 시대에서 '읽음'은 나도 너도 함께 공유된다.


'읽씹 당했어요'는 상대방이 내가 보낸 메시지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답장이 없는 상태다. 읽씹은 분명 기분 나쁘다. 하지만 이보다 더 피 마르는 상태는 시간이 지나도 '1'이 없어지지 않는 것. 정말 바빠서 못 볼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내 메시지만 뒤로 미루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읽씹을 하고, '1'을 없애지 않는 걸까.

읽씹은 좀 더 편한 관계? '1'은 좀 더 불편한 관계?


읽씹은 상대방을 배려하기보다 내 감정이 우선되는 경우다. 읽었지만 답하고 싶지 않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상태다. 반대로 '1'을 그대로 두는 건 내가 읽은 상태로 비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 않을 때 내가 바빠서 못 읽은 거야로 간단하게 변명이 가능하다.

잠시 폰을 보지 않고 카카오톡을 확인할 때 가끔 두렵다. 많은 숫자들이 나를 힘겹게 한다. 123이 뜬다면 내가 읽지 않은 메시지 개수가 123개란 뜻이다. 어떤 사람에겐 1, 어떤 사람에겐 100이 떠 있다. 선택적으로 카톡 확인을 한다. 어떤 카톡은 읽고, 어떤 카톡은 미룬다. 나도 그런다. 그러니 상대방도 내 카톡을 읽거나 미루거나 할 수 있다.


나부터 미루지 않기로 한다. '1'이 주는 의미는 엄청나니까. 꼭 답장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오히려 미루었던 '1'이 서로를 멀어지게 한다. 정말 상대를 생각한다면 바로 읽고, 차라리 읽씹을 하자. '1'을 그대로 두는 건 정말이지 희망고문이다. 서로에게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이가 되기를. 그게 힘들다면 차라리 읽음을 인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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