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준 선물
2021년이 진짜 시작되었다. 1월 1일은 첫날이라고 들떠 있었고 바로 2,3일은 주말이라 신나게 놀았다. 4일 월요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1월이 시작되었다.
매년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의미가 깊다. 지키기 힘든 버킷리스트를 다시 짜보기도 하고 다양한 목표를 세운다. 그런데 처음으로 2021년 목표를 아직 계획하지 않았다. '어쩌다 매년 하던 일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보았다. 습관적으로 다이어트, 책 출판, 강의 확대하기가 떠올랐다. 가만히 보니 계획을 따로 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미 습관이 되어있었다.
매일 운동을 하고,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매일 읽어야 할 책을 꾸준히 읽고 있고 미뤄왔던 경제공부도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작년 나는 코로나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은 해였다.
시간관리 강의에서 '타임 매트릭스'를 주로 사용한다. 총 4분면으로 나눈 시간은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 급한 일과 급하지 않은 일로 분류한다. 그렇게 나뉜 4분면으로 시간을 분류하고 관리한다.
1 사분면, 중요하면서 급한 일
늘 이 문제를 처리한다고 하루가 지나갔다. 지나치게 나를 믿은 탓인지 늘 일이 많았다. 매일 긴급하면서 중요한 일을 쳐내면서 살았다. 늘 마감시간에 쫓겼다. 겨우 마감시간을 지켜내면서 괜히 뿌듯한 감정도 느꼈다. 일중독이었다. 자연스럽게 집안일과 아이들 케어가 버거워졌다. 하지만 그 역시도 긴급하면서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다 쳐내면서 살았다. 일은 어떻게든 마무리가 되었지만 삶 자체에 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2 사분면,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대게 이 영역에 존재하는 것들을 미루면서 살았다. 예를 들면, 운동하고 책을 읽고 내 삶의 비전을 세우는 일이다. 다행히 독서는 습관이 잡혀있었지만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눈을 뜰 때마다 느껴졌다. 운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1분면을 쳐내면서 살아온 나는 감히 2분면의 것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 덕분에 시간이 많아졌다. 덕분에 읽고 싶었던 벽돌 책을 2권이나 읽었다. 덕분에 운동을 시작했다. 덕분에 추가로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내 인생에 중요했지만 당장 쳐내야 하는 것들 때문에 미뤄졌던 영역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도 스트레칭 정도는 할 시간이 있었다. 단지 중요하지 않은 일도 많이 했기 때문에 나에겐 늘 시간이 부족했었다.
3 사분면,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
주로 여기서 시간을 낭비했다. 예를 들면 당장 울려대는 카톡 확인, 인스타그램에서 소통하기, 조금씩 길어지는 통화, 주로 거절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들이다. 생각해보면 10분만 통화해도 충분했지만 40분을 통화하고 있다. 5분만 해도 될 인스타그램을 습관적으로 15분째 붙들고 있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니 한 거 없이 시간이 지나갔을 수밖에.
4 사분면, 중요하지도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일
넷플릭스를 본다. 분명 오늘 1개만 봐야지 약속한다. 하지만 난 6회나 보고 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긴급하지도 않은 일이다. 물론 6일을 아주 바쁘게 살아오고 하루 정도 나에게 선물처럼 주는 시간은 괜찮지만 매일 이렇게 살아가면 결국 폐인에 가까워진다. 4분면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주로 1분면에만 머물러있었다. 늘 바빴다. 늘 마감기한에 쫓기며 간당간당하게 일을 처리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3분면에서 휴식했다. 그 시간을 조금만 쪼개면 2분면의 일을 할 수 있었다.
사람도 관성의 법칙을 따른다고 '하던 대로 살지' 변하는 게 참 어렵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늘 새로운 새 뜻으로 마음을 먹는다. 마음만 먹고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매년 계획을 거창하게 세웠던 것이다.
그런데 이미 계획을 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시간을 잘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코로나 덕분에 2분면의 것들을 하나씩 하면서 살고 있다. 덕분에 삶의 질이 높아졌다. 삶 자체에 여유가 생겼다. 내 삶에 만족한다.
시간을 잘 쓰는 게 이렇게 중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됐지?라고 다시 질문을 해보면 결국 꾸준함이었다. 짧게라도 매일 하는 것,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을 수 있었던 것도 매일 3장씩 봤기 때문이다.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운동복을 입고 집 밖을 나갔기 때문이다. 글을 매일 쓰게 된 것도 매일 한 꼭지 씩, A4용지 2장이라는 틀을 없앴기 때문이다. 잘 쓸 필요도 없었다. 그냥 쓰기만 하면 됐다. 그러니 매일 글을 쓰는 나를 발견했다.
자연스럽게 1, 3분면의 시간이 줄어들고 2분면의 시간이 늘어났다. 4분면은 한 달에 2~3번 정도는 허용한다. 그래야 스트레스 관리가 된다. 이 모든 것이 꾸준함으로 이루어낸 일이다.
2021년은 지금처럼만 하는 것이 목표다.
매일 그냥 쓰기,
매일 조금씩 읽기,
매일 예쁜 옷 입고 운동하기,
매일 30분이라도 공부하기,
매일 1개라도 경제기사 보기,
매일 1번이라도 영양제 챙겨 먹기,
매일 1명의 사람이라도 만나기,
매일 1개 업무 처리하기
이렇게 조금씩 꾸준히 하는 2021년을 보내길, 2021년을 정리할 때 더 단단해진 나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