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아 물을 자주 마시기로 했다. 최근 피를 뽑으러 갔는데 피가 콸콸 나오지 않은 탓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물을 자주 마시기로 결심했다. 평소 물을 거의 안 먹는 사람이 1리터를 먹는 건 고문에 가까웠다. 왜? 화장실에 너무 자주 가기 때문이다.
물을 먹는 것도 힘든데, 화장실 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마시는 즉시, 화장실이 가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물을 자주 마실수록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을 가야 했다. 집에 있거나 혼자 있을 때는 그나마 낫다. 밖에 있거나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민망했다. 나 혼자 이렇게 자주 화장실을 가야 한다니.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는 건 그렇다고 치자. 이상한 포인트에서 죄책감이 들었다. 너무 자주 물을 내리는 것. 나 하나 좋자고 물 부족 국가에서 물을 지나치게 많이 쓰는 게 아닐까라는 이상한 죄책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물을 안 마시자니 내 몸이 걱정되었다. 요즘 부쩍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게 느껴졌다. 피가 차가운 느낌 혹은 손끝, 발끝까지 피가 돌지 않는 느낌이 눈에 띄게 느껴졌다. 그리고 30대 중반밖에 되지 않았는데(변명을 하는 느낌이지만) 거울을 통해 내 얼굴을 보면 점점 쳐지는 피부가 나를 서글프게 했다. 물은 많이 마셔야 했다. 그럼 화장실 가는 걸 참아야 하는 건가? 그럼 신장에 안 좋다는데. 그렇게 뫼비우스의 띠에 갇히게 되었다.
그렇게 고민하는 순간 평소 물을 자주 마시던 언니가 내 이야기를 듣고 해결책을 알려줬다. 물도 자주 마시면 화장실을 그렇게 자주 안 가게 된다고 한다. 유레카! 과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겠구나 싶었다. 다만 꾸준히 먹어야 한다고 했다. 물을 많이 마시다가 또 한동안 안 마시고, 어느 날 삘 꽂혀서 막 마시다가 또 안 마시고. 이런 패턴이면 지금처럼 화장실을 미친 듯이 들락날락거려야 하는 운명이 된다고.
몸도 적응을 한다. 이제 내 방광의 용량이 커지는 날까지 기다려주기로 한다. 그러다 보면 나도 물을 아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