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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늬 Feb 12. 2021

글쓰기 100일 인증을 완료했다

 책을 읽다 보니 쓰고 싶어 졌다. 써야지, 써야지 머리로만 글을 썼다. 결과물은 없었다. 잘 쓰고 싶었던 게 문제였다. 한 줄 쓰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도 한몫했다. 당장 쳐내야 할 일 덕분에(?)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미뤄졌다. 어떤 일이 습관이 되기 전까진 강제성이 필요했다.


 당장 글 쓰는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소문내는 건 일등이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친한 동생이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언니 이번에 책 출판을 목표로 하는 수업이 있는데 한 번 들어볼래?"

 글 쓰는 건 힘들어도 수업 듣는 건 힘들지 않았다. 바로 수강료를 입금했다.


 혼자 쓸 때는 내가 안 쓴다고 뭐라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혼자 찝찝할 뿐이었다. 그런데 수업에 참여만 했을 뿐인데 글을 안 쓴다고 혼나기 시작했다. 글 쓰라고 아침부터 알람을 넣어주었다. 주변에 글 쓰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글을 써야 한다는 이유가 생겼다. 같이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 중 한 명은 출판 계약을 맺었다. 또 다른 한 명은 투고를 시작했다. 환경이 변하자 한 줄도 못쓰던 내가 조금은 쓰기 시작했다.


 글 쓰는데 재미를 붙이자 수업이 끝났다. 8주는 빠르게 지나갔다. 다시 수업을 들을 상황이 되지 않았다. 글쓰기에 관심을 두었을 뿐인데 내 빅데이터가 나를 살려주었다. 100일 글쓰기 인증 프로젝트가 나에게 다가왔다. 간단했다. 100일 동안 글쓰기를 인증해서 성공하면 참가비 5만 원을 환급해주며 잘 쓴 글은 출판 기회까지 있다는 프로젝트였다. 고민할 것 없이 5만 원을 입금했다. 그렇게 나는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단 한 줄이라도 쓰면 된다.

 첫 줄 쓰는데 한 시간이 걸렸던 내가 30분 만에 한 꼭지를 뚝딱 만들어내곤 했다. 시간이 주는 압박감과 잘 쓰지 못해도 된다는 해방감 덕분이었다. 단지 100일 동안 쓰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잘하는 건 그다음 문제였다.



 매일 글 쓰는 시간을 정해두고 한 줄이라도 쓰려고 노력하고 시도했다. 3일을 제외한 97일을 썼다. 다행히 3일은 쓰지 않아도 100일 글쓰기로 인증해주는 마지노선이었다. 그렇게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성공했다. 신기하게 100일이 지나자마자 해이해졌다. 3일을 쉬었다. 지금부터는 내가 글을 안 쓴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글을 쓰고 있다. 나도 모르게 글 쓰는 습관이 내 몸에 장착되었다. 독서, 강의, 수다를 통해 내 머릿속에 쌓인 정보와 생각들을 배설하지 않으니 하루라도 안 쓰면 머리도, 마음도 무거워진다.


  10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으면 인간이 된다는 단군신화처럼 100일이 주는 상징성은 무시할 수 없다. 100일 글쓰기 덕분에 글쓰기 습관과 출판을 위한 주제가 잡혔다. 100일 덕분에 글이 쌓였고 내 정체성을 찾았다.


 지금부터 100일이 또 기대된다. 여전히 잘 쓰기보다 쓰는데 집중하기로 한다. 다만 이제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어떤 글인지 알아차렸다. 중구난방 여러 가지 주제를 넘나들던 내가 엔잡러의 삶이란 주제로 글을 쌓는 100일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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