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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침

2023.01.05

아직 해가 다 뜨지 않아 어둑어둑한 거리, 파란 숏패딩을 입은 남자가 걷고 있다. 그 역시 전철역을 향해가는 것인지 나와 같은 방향으로 앞서 걷고 있다.


남자의 발은 V 모양으로 벌어져있었는데, 두 발 위로 자리 잡은 다리는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마르고 길었다. 각도가 완만한 홑화살괄호 모양의 다리는 춤을 추듯 너울거리며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남자의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단단하게 땅을 디뎠다. 두 팔은 괄호 모양으로 벌어져 허공을 가르며 리듬을 탔다.


패딩을 입은 둥그런 몸통과 팔 위로는 작고 까만 뒤통수가 보였다. 패딩의 목 부분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작은 지름의 머리통이었다.


남자는 이따금씩 흠칫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통수가 돌아가고 옆얼굴이 보일락 말락 했다. 하지만 그의 뒷모습보다 흥미로운 건 없었다. 남자는 나의 위치를 확인하고 나면 곧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춤추듯 걸었다.


모퉁이를 지나 큰 길가로 나와 남자와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대여섯 걸음에서 서너 걸음으로, 한두 걸음으로.


마침내 그를 제치게 되었을 때 우리의 레이스는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옅어진 어둠을 뒤로하며 계단을 내려가며 아직 남은 길을 생각했다. 뒤돌아볼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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