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어둠을 지나다 고개 돌려 더 깊은 어둠을 목도하고
'그래도' 란 말이 기침처럼 튄다
눈부신 순간은 희극과 비극의 닮은 점
소리 없는 총성이 만발한다
타는 냄새가 눈가에 진동한다
철새처럼 바람에 밀려왔다 세월에 휩쓸릴 수 있는데
비가 호수에 흐르자 울먹이며 떠나는 우산
바삭하게 튀겨진 햇살을 너는 먹어 봤을까
비가 오는 줄 알고
총알이 날아오는 줄 알고
놀라서 눈을 감았을까
한낮의 불꽃놀이 같아서
기억을 잃은 기적들에게
눈을 감았다 뜨면
알레그로 아다지오 아다지오
알려주려고
빠른 빛을 느리게 본다
곧 마주할 거울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