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오늘도 마흔 살이나 먹은 딸의 끼니가 걱정돼,
직접 삶으신 고구마와 손수 무친 콩나물을 들고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결혼 한 지 10년! 9살이나 된 아들까지 있는 딸이, 점심을 라면으로 대충 때울까 봐 걱정을 하셨나 봅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는 것을 최고로 싫어하는 딸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아빠는 조용히 식탁 위에 반찬만 놔두고 가십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글을 적고 있던 제가 뒤늦게 인기척을 느꼈습니다.
"어, 누구 오셨어요? 아빠?"
"아빠다. 고구마랑 콩나물 무침 좀 갖고 왔어. 나오지 말고 하던 거 마저 해라. 나 간다."
"곧 점심시간인데. 같이 드시고 가요."
"나오지 말라니깐... 이제 집에 가서 자야지. 하던 거 마저 해라. 갈게."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시는 아빠! 밤샘 근무 후 쉬지도 않고 반찬을 만드셨나 봅니다.
밥 먹기 전, 지인의 추천으로 우연히 이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https://youtu.be/9-VkbFe2 U3 U
질문의 내용 중 다른 부분은 그대로 두고, '아이'를 '아버지'로만 바꿨습니다.
두 글자에서 세 글자로 바뀐 것뿐인데... 더 이상 말을 잇기조차 힘듭니다.
아빠가 가져다 주신 삶은 고구마와 콩나물무침이 눈에 들어옵니다.
냉장고를 열었습니다. 어제 반찬가게에서 산 콩나물무침이 눈에 띕니다. 깔끔하게 포장된 콩나물무침 한 팩.
저는 참 야마리 없는 딸입니다.
밤을 꼴딱 새운 아빠는 저를 위해 잠도 안 주무시고 콩나물무침을 해 오셨는데... 어떻게 제가 먹을 것만 주문했을까요? 엄마보다 조금은 낯설다는 핑계로 그냥 돌아서는 아빠를 한번 더 붙잡지 않았을까요?
후회와 감사, 사랑으로 가득 찬 영상을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아들 둥이에 대한 사랑을 열 번 외칠 동안에 한 번도 고려되지 않았던 아빠!
그런 아빠에게 저는 40년을 하루같이 귀하기만 했던 딸이었습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 사랑은 없다'는 말이 이렇게 미안하고 가슴 아픈 말인지... 오늘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이 글은 유난히 맺음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앞으로 '아빠에게 이런저런 효도를 하겠습니다!'로 끝나야 되는데, 효도의 방법만 30분째 고민 중입니다.
오늘은 그냥 이렇게 툭! 끝내야 될 것 같습니다. '기-승-전-결'에서 '결론'이 빠졌습니다. 형식에 안 맞고, 성의 없이 보일 테지만 죄송합니다. 글이 아닌, 현실세계에서 아빠와 함께 지내면서 '결론'을 계속 고민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