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가 아닌 죽은 소나무!

by 이서진

"와~ 예쁘다! 오빠 저 단풍 좀 봐!"

지난가을, 어느 주말의 이야기입니다.

남편과 드라이브를 하던 중 창밖으로 보이는 먼 산의 알록달록함!

사람들처럼 제 잘났다고 빨리 물들지 않고,

못난 친구를 소외시키지 않으며,

주변 나무들의 단풍색과 조화를 이루어 서서히, 함께 단풍이 들어

먼 곳에서도 아름다움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자연의 위대함에 겸허해지려는 찰나!


"서진아, 저거 단풍 아닌데. 소나무 재선충 몰라? 재선충 병에 걸려서 잎이 다 말라버린 거잖아!"

"재선충? 소나무에게 에이즈만큼 치명적이라는 애벌레 말이야? 딱! 단풍잎인데? 멀리서 보면 조금 연한 단풍잎 색깔이랑 똑같잖아."

"여기가 어느 지역이지? 산이 너무 많아서 관리를 못하는 건가... 재선충 제거 작업하는 기간이 있을 텐데..."


나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남편의 찬물 같은 소리에

저의 아름다운(?) 감정선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마음을 추스르는 것은 제 몫일뿐,

한 순간에 예쁜 단풍잎을 병에 걸린 소나무로 만든 남편은 무심하게 그저 운전을 할 뿐입니다.


실망스럽고 놀라던 중,

저처럼 평범한 아줌마가 감히 비교할 수 없는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과 경험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원효대사와 아르키메데스였습니다.

'원효대사의 해골물,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의 에피소드가 떠올랐습니다.

(제 생각이 원래 좀 뜬금없답니다 ㅎㅎ)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분명히 위생적이고 육체적으로 편안한 삶을 오래 살 수 있지만

마음의 스트레스와 고독감은 더 커져서 하루하루 병들어가는 사람들처럼

겉보기에 아름다워 단풍나무인 줄 알았던 그 나무는

끔찍한 병에 걸려 고사되기 직전이거나 이미 죽어버린 나무였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듯, 도와줄 여지를 보이지 않으며

화려하게 죽어가는 사람들.


여전히 뭔가 서운한 저는 괜히 혼잣말로 중얼거려봅니다.

"저렇게 붉은빛은... 아픔의 색깔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사람들이 헷갈려하잖아... 검은색으로 물든다거나 보랏빛으로 물들면 누가 봐도 알아볼 텐데..."

"참... 나무 하나로 별 생각을 다하네. 아주머니, 구역별로 시기별로 점검을 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진아 저건 그냥 병든 나무야. 그렇게 인식하고 넘기면 돼. 그렇게 생각이 많으니까 맨날 바쁘고 피곤하다고 하지... 참, 너도 신기하다. 조금 더 가야 되니까 좀 주무세요~"

"콜록콜록!"

점점 차가 많아져 고속도로가 아닌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는 도로 위.

속도가 느려지자 길 위 자동차의 매연들이 모두 우리 차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서 창문을 올렸습니다.

올라가는 창문 너머 빨갛게 물든 것 같은 산이 보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예쁘고, 화려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해 주던 붉은빛이

게이샤의 진한 화장처럼 애처롭고 쓸쓸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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