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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Apr 29. 2021

어머니, 이런 아이 오랜만이에요.

해운대에 어울리지 않는 아이

저희 집은 아들이 한 명뿐이라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이 집안의 가장 큰 행사이고, 기쁨입니다.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어린이집 졸업식도 비대면으로 변경됐고 초등학교 입학식도 한 달 넘게 연기됐습니다. 

'너무 감격스러워 주책없이 펑펑 울면 어떡하지? 몰래 손수건을 챙겨 가야 할까!'라고 생각한 게 아무런 소용없었죠.


세상에 3월, 4월, 5월도 한참 지난 5월 28일 드디어 아주 짧은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었습니다. 첫 등교일에 맞춰 작은 입학 축하 현수막이 게시됐고 띄엄띄엄 교문을 출입하는 학부모... 입학식이라 하기엔 너무 서운했지요. 그마저도 우리 둥이는 엄마, 아빠 없이 외할머니와 사진을 찍어야 했답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였고 부부공무원인 저와 남편은 연일 비상근무로 정신이 없었거든요ㅠㅠ 


그렇게 담임 선생님 얼굴도 모른 체 둥이가 어떤 교실에서 생활하는지, 어린이집과는 다른 환경서 친구들과는 잘 놀고 있는지... 궁금한 게 가득 쌓여가던 때 '전화 상담 신청 안내' 알림장을 받았습니다. 마침 그 날은 시부모님 제삿날이라 반일연가를 낼 수밖에 없었으므로 '상담 희망'에 동그라미를 쳐 둥이 편에 제출했습니다.


드디어 2020년 6월 28일. 첫 전화상담 날입니다. 

우리 부부는 아침 일찍 출근하여 일하고 함께 퇴근하면서 시장을 보고, 제사음식 준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미리 주문해 뒀지만 언제나 초보 주부인 저에겐 반나절 내 제사상을 차리는 것은 벅찼거든요. 둥이 담임 선생님과 전화상담도 까맣게 잊을 만큼 말이죠...


 따르르릉~~~~~~~~~!!!!


 나) 여보세요~ 

 선생님) 둥이 어머님 되시나요? 둥이 담임 선생님입니다.^^

 나) 어머,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머니, 00에서 근무하시던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많이 바쁘시지요?

 나) 네... 선생님도 고생 많으시지요? 요즘 회사일이 좀 많아서 둥이를 잘 못 챙기는데... 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지 궁금하고 걱정되네요^^

 선생님) 네... 안 그래도 둥이를 보니 어머님께서 얼마나 바쁘신지 짐작이 가더라고요~ 

 나) 네?? (띵!! 이건 무슨 소리지??)

 선생님) 도서관 이용 방법도 잘 모르고, 한글도 다 배우고 들어온 것 같지도 않네요... 

 나) 네, 죄송합니다. 제가 바빠서 애를 잘 못 챙겼네요.(내가 왜 죄송하다고 하고 있는 거지?)


 선생님) 어머니, 십 년 넘게 교직생활했는데, 해운대에서 이런 아이 오랜만이에요!

 나) 네, 죄송합니다. 제가 앞으로 조금 더 신경 써서 챙기겠습니다.(내가 왜 또 죄송하다고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간단한 인사와 함께 통화를 끝냈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멍하고 두근거리던 마음이 뒤늦게 정리되며 세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교사, 공무원, 기자 이렇게 밥을 먹으면 식사 값을 누가 계산할까?'라는 농담입니다.(웬 농담;)

답은 공무원이었습니다. 우선 기자와 공무원은 전형적인 갑과 을의 관계입니다. 언론사에서 갑자기 전화해  무리한 자료를 요청하거나, 불쑥 취재한다며 방문해도 공무원은 거절할 수 없습니다 ㅠㅠ 언론에 부정적 기사가 뜨면 손해 보는 건 공무원이니 '을'의 소임을 기꺼이 합니다. 

다음은 기자 Vs교사의 결승전입니다. 최후의 승자는 바로 교사!! 어떤 직업을 가졌건, 자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선생님 앞에선 공손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혹시 우리 아이에게 화풀이 하진 않을까? 발표한다고 손 들었을 때 일부러 안 시켜 주면 어쩌지?'라는 사소한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학교 선생님이 아닌, 학원 선생님이었다면 저도 일방적으로 '미안하다'라고 하진 않았겠죠?  

소위 갑질 한다고 생각되는 직업군에 대한 풍자지만, 오늘따라 이런 얘기가 왜 생겼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내가 조금 더 아이와 시간을 보냈어야 됐는데...'라는 후회입니다.

'나는 뭔가?'라는 원초적 질문에서 시작하여 '나는 왜 일하는가? 우리 가족이 행복하려고 일하는데, 그럼 가족은 행복한가? 집안 꼴은 엉망이고 하나뿐인 아들은 제때 공부도 못 시키고, 많이 안아주지도 못하고, 회사에서도 아이 때문에 일찍 퇴근하게 되면 미안해해야 되고, 친정엄마한테도 죄스럽고... 건강은 나빠져 상시 복욕약 개수만 늘고...' 이런 생각들이 끝도 없이 물고 늘어집니다. 이럴 때, 남편은 조용히 멀리 있어야 됩니다. 괜히 화풀이 대상이 될 수도 있거든요 ㅠㅠ(남편, 미안ㅠ) 

이 문제의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이런 마음이 들 때 마음을 잘 다독이는 게 최선이지요.


세 번째, '역시 학교는 유치원과 다르다!'입니다.

선배 학부모에게 들었지만, 오늘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유치원 선생님과의 상담은 선생님과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아이의 가능성에 초점에 두고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선생님과의 상담은 단체 활동에 방해되는 아이의 특성과 학습의 부족한 점 등을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교육기관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학급의 아이들 수도 비슷하고 오히려 초등학교의 일과시간이 짧은데도 담임 선생님의 상담은 무성의하고 매우 고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상담에 대한 건의를 하고 싶어도 아이에게 불이익이 있을까 봐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 아이의 첫 학교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이 끝났습니다. 

전화를 끊고선 얌전히 제사 준비하고 있던 남편에게 괜히 울면서 말했습니다. 

 '이게 뭐냐고, 제일 소중한 둥이도 돌보지 못하며 바쁘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2학기 전에 꼭 휴직해서 둥이랑만 있을 거야!.' 

남편은 착하게 제사 준비를 하던 중 뜬금없이 제게 날벼락을 받았지만, '그래...' 한마디 하고선 다시 조용히 탕국 재료를 다듬었습니다. 불쌍한 남편... 안타까운 둥이...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 

부모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시간이 아닌,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동요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세요> 가사


넌 할 수 있어 라고 말해 주세요. 그럼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요.

짜증 나고 힘든 일도 신나게 할 수 있는 꿈이 크고 마음이 자라는 따듯한 말 넌 할 수 있어.

큰 꿈이 열리는 나무가 될래요. 더없이 소중한 꿈을 이룰 거예요.


넌 할 수 있어 라고 말해주세요. 그럼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요.

짜증 나고 힘든 일도 신나게 할 수 있는 꿈이 크고 마음이 자라는 따뜻한 말 넌 할 수 있어.

큰 꿈이 열리는 나무가 될래요. 더없이 소중한 꿈을 이룰 거예요.

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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