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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Apr 03. 2021

아빠는 부모가 아닌가요?

 저희 집은 맞벌이입니다. 직업도 '공무원'으로 똑같지요. 같은 일을 하면 힘이 조금이라도 더 센 남자가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요. 제가 아이를 낳아줬으니 돌보는 것은 남편 몫이었습니다. 사실은 몸이 약한 저를 대신하여 착하고 듬직한 남편이 솔선하였습니다. 백일 전 밤 잠 설치며 아이를 돌보는 것부터, 유치원 때 학부모 모임에도 사교성 적은 엄마를 대신하여 나서 주는 든든한 남편이랍니다.(갑남자=갑자기남 자랑 타임!) 이렇게 잘 챙겨주는 남편이지만 자랄수록 엄마의 역할이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둘 다 유치원, 학교 알림장 어플을 휴대폰에 깔았지만, 행사 일정과 준비물 챙기는 건 언제나 저의 역할이었죠. 그래도 가급적 함께 할 수 있는 건 나눠서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선생님과의 상담이었죠.


 우리 둥이가 자라서 어느덧 2학년이 됐습니다. 그리고 입학한 지 보름이 지나니 담임 선생님과의 전화 상담 신청서가 알림장으로 왔습니다. 1학년 때는 엄마인 제가 상담했으므로, 2학년 땐 아빠인 남편이 하는 게 공평하다고 생각한 저는 둥이 아빠 휴대폰 번호를 기입하여 아이 편에 제출했습니다. 솔직히 1학년 때 담임 선생님과 전화 상담할 때마다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아서 두려웠습니다. 남편도 썩 내켜하진 않았지만, 유치원 때도 상담을 다녔기 때문에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전화상담일 조차 완전히 지어버린 저에게 전화가 온 것입니다. 

 역시나 실망적인 담임쌤의 첫 말씀, (여기서부턴 선생님께 너무 실망하여 '쌤'이라고 적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둥이 아버님 전화번호를 적어 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끊고 다시 어머니 연락처 찾아서 전화드리는 거예요."


  이건 또 뭔 말이람?? 그대로 아빠랑 말하면 되는데 굳이 끊고 다시 전화할 이유는 또 뭐지??(후에 남편에게 물어보니 선생님께서 너무 당황하셔서 급하게 끊어서 인사조차 못 드렸다고 했다. 이게 그렇게 큰 일인건가??)


 "둥이 아빠랑 말씀하셔도 되는데요...;;"

   

 "그래도 상담은 어머니랑 해야죠~"


 이건 또 뭔 개뼈다귀 같은 소리인가;; 싶었다. 남녀평등을 외치는 것조차 부끄러울 만큼  21세기도 한참 지난 이 시대에... 교육의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쌤이 저런 고정관념을 갖고 계시다니 ㅠㅠ 정말 아쉬웠다. 물론, 일반적으로 엄마들이 상담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아빠도 부모인데 자식에 대해서 알아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지 않은가? 이걸 교육자가 차단해 버렸다는게 안타까웠다.


역시나 상담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원을 추천하는건 학년과 선생님이 바껴도 변하지 않았다.

둥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육 철학인가 싶을 정도로... 아쉬운 상담이었다. 

담임쌤과의 상담은 언제나 상처로 끝난다.


 "선생님, 아빠하고도 상담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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