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이면 내 몸은 천근만근 고철 덩어리가 된다. 터벅터벅, 질질! 걷는다기 보다 질질 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때부터 다시 시작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단 하나뿐인,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춘기에 막 접어든 아들과의 시간! 행복하지만 피곤한 건 사실이다.
대충 씻고 저녁을 먹은 후, 아직 서툰 책가방 정리를 봐준다. 오늘따라 하필 엄마 숙제가 많다. 국어와 수학 학습과정 평가 결과지에 서명하기! 생활 통지표에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학부모 의견'도 적어야 된다. '국어 과목이 조금 부족하니 둥이와 함께 책을 읽겠습니다. 부족한 아이 돌봐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외 별 다른 의견이 없지만 꾹꾹 빈 칸칸을 채워본다. 눈꺼풀이 눈을 다 덮고도 남았지만, 담임 선생님께 다짐을 했으니 진짜 책을 읽어보기로 한다. 한두 페이지 겨우 읽었을 뿐인데 스르르 눈이 감기는 엄마를 힐끗 보던 둥이가 먼저 꾀를 낸다.
"엄마가 오늘 너무 피곤한 것 같은데, 책 그만 읽고 우리 꼭 안고 잘까?" 못 이기는 척 하루를 마감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타고나기를 자유분방하고, 그걸 사회적 기반을 통해 규제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자유는 학습하는 것입니다. 상당히 집중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을 들여 체계적으로 훈련시켜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올바른 위치에서 올바른 순간에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하려면 아이들에게 행동의 선택지가 가장 많은, 선택할 수 있는 동선이 가장 많을 때 살아 있음을, 생명력이 넘쳐난다는 것을 경험으로 실감하게 해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 우치다 타츠루 <완벽하지 않을 용기> 중-
학원 숙제는 봐주지도 못했고, 한창 자라는 아들 무릎을 주물러 주지도 못한 체 하루가 다 흘렀거늘... 이제 자유... 까지 훈련시켜야 된다니. 그것도 집중적이고 꽤 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늘었는데 오히려 마음은 가벼워졌다. 나는 '내가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종종 느꼈는데 그 이유를 이제 알게 된 것이었다. '엄마, 직장인, 딸, 아내'라는 역할이 많아서 구속된 느낌을 받았던 것이 아니라 단지, 자유를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배우지 못했으니 알지 못했고, 그래서 허튼 '자유'를 쫓아다녔던 것이다.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자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도식의 삶이 아니다. 올바른 순간에 할 수 있는 올바른 움직임을 학습해야 된다. 올바른 행동이 내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해야 되는 것이 바로, 자유다.
자유도 공부해야 내 것이 된다.
나는 내 인격의 완전한 표현을 위해 자유를 원한다. -마하트마 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