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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Oct 10. 2022

다른 남자 앞에서 우는 여자!

열흘에 한번!

어쩔 수 없이 다른 남자 앞에서 울어 버린다.

여기서 '다른 남자'는 바로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시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라는 질문만 들어도 울컥한다.

  "기분은 어떠셨나요? 잠은 잘 주무셨어요?"


최근 내 감정에 관심 가져주는 사람은 선생님이 유일하다. 아직 선생님께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감정을 구분해 정확히 말씀드리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울음이 터진다.


  "아이고, 많이 힘드셨겠어요."


정해진 상담 매뉴얼이겠지만 마음이 녹는 것 같다. 


'우울증'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무시'외 '질책'이다. 

 '서진이는 자주 힘들어했으니까, 이번에도 저러다가 말겠지.'라는 생각들!

'병'이라는 인식조차 없다. 내가 마음을 바꾸면 동전을 뒤집 듯 금방 밝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신과 상담이래 봐야 말 몇 마디 하고 약물 처방만 하는데 꼭 다녀야 하냐!"는 핀잔.

  "애 엄마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라는 부담.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그런 거야! 일하고 운동해!"라는 질책.


나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을 질 필요 없는 사람들은 날 쉽게 위로하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의 위로를 받는 건 더 힘들다.

고통을 끝까지 함께 책임져야 되는 가족이니까! 더 짊어지게 될 고통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

'남편과 아내'라는 기둥 중 한쪽이 무너지면 기둥 하나로 버터야 된다는 부담감.

그래서 난 가족 앞에서 힘들다고 말할 수가 없다. 


결국 난, 의사 선생님인 다른 남자 앞에서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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