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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Oct 11. 2022

단기 기억상실증, 환각 등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역시나 이번 주에 처방약이 늘었다.

하루 3회에서 4회로 늘었고 한번 먹는 약도 늘었다.


보통 약사님의 설명만 듣지 약 봉투에 적힌 복약안내는 읽지 않고 버리는데 웬일인지 눈에 띄었다.

정신신경용제, 최면진정제 등의 효능부터 단기 기억상실증, 환각, 비만, 집중력 저하, 시야 흐림 등 복약안내에는 무시무시한 말들이 잔뜩 적혀있었다.


인터넷에서 처방받은 약들을 더 자세히 보니 찾아봤다.

위장장애, 간 손상, 몽유병 등은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임의로 복용량을 줄일 시 자살충동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라는 문구를 읽자 소름이 돋았다.


자살충동!


내가 처음 신경정신과에 가게 된 것은 심각한 불면증 때문이었다. 한 시간도 자지 못한 채 출근한 지 이틀이 넘으니 그야말로 미칠 것 같았다. '제발 잠만 잘 수 있기를...... '이런 바람으로 수면제만 처방받으러 간 것이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수면제 외 아침과 낮에 먹는 약을 별도로 처방해 주셨다. 처음 이틀 동안은 잘 챙겨 먹었다. 하지만 수면제 덕분에 잠을 잘 잘 수 있게 되면서 이 많은 약들이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수면제 외 다른 약을 끊은 지 삼일째 되던 날! 

하루 종일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었는데 퇴근하던 중 눈물이 났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10시! 녹초가 된 몸을 신발도 벗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다가 아들의 부축으로 겨우 거실까지 기어 왔다.


십 분 정도 물 먹은 스펀지처럼 숨 쉬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누워있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난 안방이었고 내 눈앞에 있는 둥이가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다. 내 목에 스카프가 단단히 묶여 있었던 것이다. 숨을 쉴 수 없어 얼굴이 빨갛게 된 날 보고 둥이가 고함을 질렀고 뒤늦게 방에 들어온 남편이 가위를 들고 스카프를 잘랐다. 


남편은 결혼 전 내가 약물을 과다 복용했던 사건을 알고 있다. 남편은 멍해져 있는 날보고 셋이 같이 죽자고 했다. 그때 당시의 난, 그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이렇게 사는 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둥이의 '엄마, 우리 같이 죽지 말자! 나랑 아빠랑 재밌게 살자!'라는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역시나 수면제를 먹고 잠에 들었다.

사실 이 글을 적어도 될지 말지 많이 고민했다. 아이에게 절대 보이면 안 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를 한 셈이다. 그 후로 둥이는 엄마인 날 혼자 두지 않는다. 둥이가 나의 보호자가 된 셈이다. 미안하고 부끄럽다.


자살충동!


결혼을 하고 둥이를 낳은 후 완전히 잊고 있었던 그 감정이 나도 모르게 생겼다. 약물 부작용 같아서 선생님께서 주신 약은 절대로 빼먹지 않고 제시간에 맞춰 먹는다. 내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무섭기 때문이다.


정신과 약! 몇 년을 고민하다 먹게 된 약이지만 절대로 함부로 먹을 약은 아니다. 한번 먹으면 끊는 게 매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이런 위험한 부작용마저 작게 보일만큼 마음의 상처가 심할 것이다. 


나를 포함해 이도 저도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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