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것!
잠들기 전에 하는 것!
모두 약을 먹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갑상선 기능 저하증 씬지로이드 약을 한 알 먹는다. 약마다 시간 간격을 두는 게 좋기 때문에 씻은 후 천식 호흡기를 들이마시고 옷을 갈아입은 후 류머티즘 염증약을 먹은 후 출근한다.
낮에는 무슨 약을 먹냐면. 천식과 연계된 비염(1회), 류머티즘 염증약(2회), 비타민을 먹어야 된다. 앗, 올해 추가된 항우울제(2회)까지. 다행히 진통제 한 알은 9월부터 빠졌다.
약은 빠뜨리지 않고 꾸준히 먹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매일 아침에 출근하면 그날 먹어야 되는 약을 정리한다. 사무실 모니터 밑에 순서대로 약봉지를 진열한다. 꽤 많다. 저 약들이 없어지면 퇴근이닷!
그리고 잠들기 전에는 수면제를 먹는다.
간혹, 모니터 밑에 진열된 약봉지를 보고 묻는 직원들이 있다.
"서진 씨, 이건 무슨 약들이에요?"
물음을 받으면 답하는 게 예의이므로 성실하게 답한다.
"순서대로 비염약, 류머티즘 염증약, 비타민, 항우울제예요."
나의 대답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항우울제요?"
비염약과 류머티즘 약에 대해서도 잘 모를 듯싶은데 항상 궁금해하는 것은 '항우울제' 뿐이다.
"네. 우울증이 있어서 신경정신과에서 처방받아먹어요."
난 항우울증제를 먹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비록 내가 소심하고 내성적이지만 우울증에 걸린 이유가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후관계를 따지자면 우울증에 걸려서 내성적이고 예민해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우울증은 생물학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유발되는 것이며, 스트레스 등의 외부적인 생활 사건, 개인의 성격 등 복합적인 기전이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네이버 건강백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내성적인 성격, 참을성 부족, 약한 기질, 부족한 사회성 등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성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단지 뇌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유발될 뿐이다.
다리가 부러지면 정형외과를 가고,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듯 그저 뇌의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뿐인 것이다. 선후, 인과 관계를 따져보자면 그저 우울한 게 아니었다. 뇌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복잡한 머릿속을 감당하기 힘들어 마음이 답답해진 것일 뿐이다.
다만,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줄까 걱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나 역시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약을 먹고 상담을 주기적으로 다니며, 운동을 한다. 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병에 걸린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우울증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말할 수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어서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먹고 있답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