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노력했지만 우울증입니다
06화
실행
신고
라이킷
47
댓글
11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서진
Oct 04. 2022
공무원의 자살에 대하여.
한 번씩, 잊을만하면, 소식이 들려온다.
누군지 모르지만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공무원의 자살' 뉴스.
스쳐 지나가듯 흘려보내듯 잠시 언론에 노출되는 그분들의 죽음이 나는 참 안타깝고 공감된다.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 죽긴 왜 죽어!"라고 말하지만 같은 공무원인 나와 동료들은 안다.
생업을 포기하는 건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특히 공무원의 퇴사는 누구도 공감해주지 않는다.
'그것도 버티지 못하냐? 밖은 더 힘들다.'라는 가시 돋친 말들.
가까운 관계인 사람들의 실망 어린 눈빛!
'돈 버는 거 다 힘들어. 조금만 지나면 낳아질 거야.' 내 마음을 1도 공감해 주지 않는 서러운 위로!
버티면서 영혼 없는 좀비가 되고, 내 시간과 생각의 주도권을 뺏긴 그야말로 공노비가 되거나,
마음이 썩어 문드러져 머릿속까지 새카맣게 될지언정 그들도 그만두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공감된다. 누군지도 모르지만 눈물이 난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2019년 6월 공공데이터 포털에 공무원연금공단이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임용 5년도 안 돼 공무원을 그만둔 경우가 전체의 55%라고 한다.
데이터 상세 | 공공데이터 포털 (data.go.kr)
역시 나는 5년 내에 그만뒀다는 그분들을 모르지만, 마음속으로 축복하고 진심으로 응원한다. 무엇을 하든 꼭 성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때 그만두지 않으면 나가기가 정말 힘들다. 오히려 죽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
부모님은 임용 첫날 '앙~'하고 울면서 퇴근한 나에게
'3개월만 버티면 3년 버틸 수 있고, 3년 버티면 30년 버틸 수 있다'며 무조건 버티라고 하셨다. 장애인으로 태어나 인간 대접받으려면 무조건 참고 버티거나 지금 바로 같이 죽자고 하셨다.
엄마를 죽게 할 순 없었기 때문에 나에겐 오로지 버티는 것만이 답이었다.
물론, 버틴 덕분에 밥은 먹고살지만 난 병들었고, 나의 아들에게 우울증이 그대로 전가되는 것을 보고도 못 본 체하면서 일하러 간다. 또, 그곳으로 매일 간다.
지난 8월부터 지금까지 매일 야근, 주말 이틀을 온전히 쉰 적 없었다. 더 신기한 것은 내 주변의 대부분이 그렇게 일을 당연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내가 힘든지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하던 중 지하철에서, 운전하다가 차 안에서 그냥 눈물이 뚝! 흐르더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오늘 그냥 쉬었다. 낮에도 울고 오후 늦게 간 신경정신과 의사 선생님 앞에서도 울었다.
그리고 약 처방이 늘었다.
물론, 사랑하는 둥이(남편도 엄마도 아닌 오로지 둥이!)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서든
힘을
내 살 것이다. 난 여기서 울면서 힘을 내며 살겠지만
문득 전혀 모르는 어떤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공감하고 싶었다.
그리고 또 모르는 어떤 분들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었다.
진심으로 추모하고 축복합니다.
keyword
공무원
죽음
퇴사
Brunch Book
노력했지만 우울증입니다
04
우울감의 전이
05
제때 못 내리는 여자!
06
공무원의 자살에 대하여.
07
짹깍짹깍
08
지극히, 딱! 서민
노력했지만 우울증입니다
이서진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17화)
이서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직업
출간작가
아들, 사춘기는 엄마가 먼저 할게
저자
평범한 시간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글로 기록합니다.
구독자
826
제안하기
구독
이전 05화
제때 못 내리는 여자!
짹깍짹깍
다음 07화
취소
완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검색
댓글여부
댓글 쓰기 허용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