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by 이서진

안녕 서진아?


난 언젠가 너의 미래 혹은 너의 과거인 41살의 서진이란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넌 몇 살일까?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에 상처받지 않으려고 애썼던 초등학생? 아니면 '나는 왜 이럴까'라는 답 없는 주제에 빠져든 청소년기일까?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것에 폭발하듯 화내거나 우는 마흔 즈음의 나일까? 그리고 아들 둥이는 몇 살일까?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네가 몇 살의 나인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너도 충분히 고민하고 있을 테니. 다른 말은 필요 없겠지.

그래서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고 싶어.

지난 주말, 아들 둥이와 함께 아놀드 로벨이 쓴 <집에 있는 부엉이>라는 책을 읽었거든.

'위층과 아래층'이라는 이야기를 보면,

2층 집에 사는 부엉이가 나와. 어떤 때는 위층에 있는 침실에서 지내고 또 어떤 때는 아래층에 있는 거실에 있지. 부엉이는 서로가 궁금해. '위층에 있으면서 같은 때에 아래층에 있는 방법'을 궁리하지. 그러다가 부엉이는 '아주 빨리 달리면 두 곳에 있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돼. 그리고 그때부터 부엉이는 최선을 다해 달리기를 시작해.

하지만 위층에 있는 부엉이와 아래층에 있는 서로 만날 수가 없어. 애초에 부엉이는 한 명이니까.

부엉이는 저녁 내내 위층과 아래층을 오르내렸지. "더 빨리, 더 빨리, 더 빨리!"라고 외치며. 하지만 부엉이는 같은 때에 두 곳에 있을 수가 없었어.

"내가 위층에 있으면 난 아래층에 없어. 내가 아래층에 있으면 난 위층에 없어. 정말 난 지쳤어."라고 말하며 위층과 아래층 한가운데인 열 번째 층계에 앉았단다.


문득 내가 위. 아래층을 바쁘게 오르내리는 부엉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래층이 어떤지 궁금해. 난 늘 이곳 아니면 저곳을 빠뜨리게 돼. 무슨 방법이 없을까? 위층에 있으면서 같은 때에 아래층에 있는 방법 말이야."라는 부엉이의 말처럼

회사에 있을 땐 집에서의 편안함을 꿈꾸고 또, 집에 있을 때는 회사의 전문성을 동경하고.


41살의 나는 현재 위층과 아래층 한가운데인 열 번째 층계에 앉아 있는 부엉이처럼 쉬고 있는 것 같아. 체력에 비해 힘들게 위아래를 뛰어다녔나 봐.

이제는 위층 침실의 안락함과 아래층 거실의 즐거움을 모두 뒤로한 채 그냥 쉬고 싶어. 당분간.

두 개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생각이 아닌, 두 개 층을 왔다 갔다 편안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위층 침실과 아래층 거실 모두 부엉이의 공간인 것과 같이.

내가 선택하려고 고민하는 집과 일 모두 내 것임을 알고 있거든.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것도.


지금 쓰는 편지를, 내가 언제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바쁘게 살고 있을 때라면 이렇게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집에서 있을 때라면 너무 바빠서 고민이었던 적도 있었으니

뭘 하든지 안심하길 바라.


과거의 그리고 미래의 내가 만나 현재의 나로 함께 충실하게 살아가길 바라며.

2023.8.10.


이상으로 심리 상담수업의 숙제로 적은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였습니다.

지난주에는 엄마, 아빠를 투영한 작은 인형을 던지며 소리치고 우는 수업을 받았습니다.

인형에 대고 소리치고 던지는 것. 누가 보면 미친(?) 짓 같겠지만 선생님과 저는 진지하고 힘들게 수업을 마쳤습니다.


몸은 건강하게 하는 헬스처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심리상담도 쉽지만은 않네요.

묻고 지냈던 과거의 기억을 꺼내고 울고 다시 긴장하고. 1시간 수업을 마치고 오면 진이 쫙 빠집니다.

하지만 건강하게 일상생활에 복귀하고 싶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해 열심히 치료를 받고 싶습니다.


출근하고 집안일하고, 아들과 놀고... 저의 일상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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