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 않은 매미

by 이서진

삶은 함부로 평가되면 안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미의 한살이를 '슬프고, 애절하고, 안타깝고, 간절하다'라고 단정한다.

왜?

누군가 내가 살아온 시간을 슬프고, 힘들게만 생각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매미는 보통 7년~10년을 땅 속에서 애벌레로 생활하다가 2주에서 한 달 정도를 바깥에서 생활하다 죽는다.

다른 곤충에 비해 한살이에 걸리는 시간이 꽤 긴데도 매미는 그저 슬픈 곤충으로만 취급받는다.


매미가 땅속에서 보낸 시간은 그저 힘들고 고단하기만 했을까?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를 힘들고 고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행복하고 안전하게 생각한다.

안전한 엄마의 뱃속에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아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진다.


매미도 그렇지 않았을까?

애벌레로 고치로. 땅 속에 있던 매미는 안정감을 느꼈을 수 있다.

괴롭고 더러운 일이 가득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뭐 그리 좋은 곳이라고.

오히려 사람보다 똑똑한 매미는 혹독한 세상에서의 삶을 최대한 짧게 하기 위해

땅속에서 최대한 오래 버틴 게 아닐까?


버티고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는 땅속에서의 삶을 그리워한다.

매미는 안전하고 조용했던 땅 속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목이 터져라 짝짓기 상대를 구하는 게 아닐까?

맴맴... '나 다시 돌아가고 싶어'라고.


땅 밖에서의 짧은 생은 매미의 슬픔이 아니다.

그저 매미가 선택 한 안전한 삶이 아니었을까?.


어딘가에서 열심히 오시는 부처님을 맞이하느라 많은 사찰이 분주하다.

부처님 오신 날!

내가 불교신자가 아니라 그런지 내게 '부처님 오신 날'은 여름을 알리는 24 절기와 비슷하다.

곧 매미가 '맴맴'하고 우는 더운 여름이 올 것이다.


올여름 어디선가 매미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면 불쌍하고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반드시 해야 되는 것들이 없는 시간과 장소에 혼자 있고 싶었습니다.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실컷 책을 보고, 마음껏 글을 적고 싶어서 직장을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방해하는 것이 없어지자 '나태함'이라는 또 다른 것이 저를 방해하기 시작했고.

막상 남아도는 시간 속에서 제가 한 것은 수면뿐이었습니다.

땅속에 있는 매미처럼 가만히 있었습니다.

'나'라는 가구를 새로 들인 것처럼 집 안에 가만히 박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브런치 알림을 받았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

2주 전에 글을 올린 후 브런치를 잊고 있었네요.


둥이가 등교한 후 대충 세수만 하고 노트북과 책을 들고 집 앞 커피숍으로 향했습니다.

억지로라도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싶어서 이도우 작가님의 연애소설책도 한 권 챙겼습니다.

브런치에 아무 글이라도 적고 싶어 글감을 떠올렸습니다.

뭐든지 적고 싶었습니다.


앗! 드디어 생각났네요. 그렇게 나름 어렵게 떠올린 글감은 '매미의 탈피', '좀비곤충'이었습니다ㅜㅜ

말썽꾸러기, 천방지축 아들이 좋아하는 곤충 관련 유튜브 영상 부작용인가요? ㅠㅠ

아이고, 엄마의 감수성을 완전히 바꾼 나의 아들아ㅜㅜ

그래도 엄마는 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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