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by 이서진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 년 전 획득한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수다를 떨 수 있게 해 주었다.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면 작은 무리는 더 큰 무리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사피엔스가 더욱 긴밀하고 복잡한 협력 관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뒷담화 이론은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무수히 많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의사소통의 대다수가 남 얘기다. 이메일이든 전화든 신문 칼럼이든 마찬가지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우리의 언어가 바로 이런 목적으로 진화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

긍정적 평가라도 그 사람이 없을 때 그이의 뒷담화를 하면 죄책감이 들곤 했는데, 뒷담화가 협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니 위안이 된다. 뒷담화가 복잡한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인류가 7만 년 전부터 획득한 능력이라니. 뒷담화를 할 때마다 죄스러웠던 마음은 살며시 접어도 될 것 같다. 회식 때, 자리 비우는 사람의 뒷얘기를 돌아가며 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확보하기 위한, 내가 속하는 무리를 만들고 확대하기 위한 생존 전략인 것이다.

자기 자신을 극복한 사람은 남을 비난하지 않는다.
- 톨스토이 -

사전적 뜻으로는 뒷담화와 험담은 분명히 다른 뜻이지만 대부분의 뒷담화는 험담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둘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뒷담화의 시작은 분명 좋게 시작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품위 있는 사람으로 포장하고 싶어 하므로 처음부터 대놓고 험담하진 않는다. 너 걔 소식 들었어? 이번에 승진했다며? 혹은 좋은 아파트로 이사 갔다며?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곧 방향을 튼다. 근데 너 혹시 그것도 알아? 내가 우연히 알게 됐는데, 이거 비밀인데......로 시작하는 은밀한 대화에 사람들은 귀를 기울인다. 누군가에 대한 비밀을 나눠갖고 험담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둘은 이미 한 집단으로 묶인다. 내 편이 생긴 것에 안도한다.


하지만 톨스토이에 따르면, 뒷담화를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므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해야 되고 나 역시 남과 다르지 않게 잘못을 저지르고,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된다. 그러니 자신의 한계를 아는 자는 감히 타인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언 역시 비슷한 의미다. 자신의 무지, 완벽하지 않은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면 비로소 참된 진리와 지혜를 알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인이 아니므로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자신의 잣대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뒷담화와 험담을 한다. 어쩔 수 없지 뭐. 7만 년 전부터 생존을 위해 획득한 능력이라니.

뒷담화나 험담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인간 다 뒤에서 욕해. 친하다고 욕 안 하는 줄 알아? 인간이 그렇게 한 겹이야?
나도 뒤에서 남 욕해. 욕하면 욕하는 거지. 뭐 어쩌라고?
뭐, 어쩌라고 일러? 쪽팔리게.
<나의 아저씨>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이선균의 대사처럼 하면 된다.

말을 더 이상 전달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일러바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끝내면 된다.

우린 그저 인간의 생존 비법을 따라 한 것일 뿐이다.




* Pixabay로부터 입수된 Roderick Qiu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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