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젖병

by 이서진

추석연휴, 임시공휴일, 한글날까지.

길었던 연휴가 드디어 끝났다.


추석 연휴가 끝나도 전혀 서운하지 않더니 한글날이 끝나니 서글프기까지 하다.

어차피 난 집에서 쉬는데, 평일엔 오히려 혼자라 더 편한데도 '일하러 나가면 얼마나 갑갑할까'라는 생각으로 괜히 걱정되고 답답해진다.

휴직 종료일은 다가오고, 난 다시 복귀할 테고, 그러면 황금연휴가 끝난 오늘이 너무 싫을 직장인이 될 테니. 분명히 남의 일인데 남의 일 같지 않다.


열흘이 넘는 긴 연휴 중 절반을 병원 입원실에서 보냈다.

매년 봄, 폐렴에 걸려 입원했던 아들 둥이.

올해는 무사히 넘어가나 했는데 역시나 가을 환절기를 넘기니 못하고 입원했다.


다행스럽게도 폐렴인데도 고열증상이 없고, 아동병원인 덕분에 집보다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어지러운 집안살림을 잠시 잊고 삼시세끼 주는 밥 따박따박 받아먹으며 둥이만 케어하면 되니 모처럼 푹 쉴 수 있었다.

깔끔하고 귀여운 병실, 젖병 소독기에서 전자레인지까지. 쾌적한 탕비실.

까다로운 환아를 위한 맛있는 식사까지.

지루함과 약 기운 탓에 둥이는 낮잠을 많이 잤고 그 덕분에 나는 집에서보다 독서를 더 많이 할 수 있었다.


편안하던 어느 날, 다용도실에 생수를 받으러 가니 어떤 엄마가 젖병을 씻고 있었다.

신생아들이 쓰는 작은 젖병 6개. 둥이가 아기 때 썼던 더블하트 젖병을 보니 반가웠다.

요즘도 저 젖병을 쓰는구나, 어제 76일 된 아기가 입원했다더니, 그 아기 것인가 보다.


둥이가 돌이 되기 전까지 나의 가장 큰 과업은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수유하는 것이었다. 모유수유가 어려워 대부분 분유를 먹였기 때문에 밤을 보내고 나면 씻어야 될 젖병이 한가득이었다.

젖병, 쪽쪽이, 치발기를 한가득 씻어 젖병소독기에 넣고 돌리면 다시 반나절은 버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든든했던 시절이 있었다. 예전에는 젖병소독기가 없었기 때문에 모두 열탕소독 해야 됐다고,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친정엄마는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했지만 별로 도움 되진 않았다.


외출할 때면 분유를 미리 넣어 둔 젖병 2~3개, 보온물통 2개, 기저귀, 여벌 옷, 물티슈, 가제수건 등 기저귀가방에 짐이 한가득이어서 돌 전까지 둥이와 단둘이 외출한 적은 딱 한 번뿐이었다. 기저귀 가방이 가벼워질 수 있도록 분유만, 기저귀만 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 모두가 그리운 추억이 됐다.


매일 내 품 안에서 자고 먹고 놀던 둥이는 이제 엄마보다 친구를 좋아하는 초등학생이 됐다.

모든 것에 엄마가 필요했던 둥이는 가끔씩의 위로와 격려, 좋은 학원 정보, 학원비 등이 필요한 아이가 됐다. 병원에서조차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남학생이 됐다.


덕분에 난 병원에서도 잘 자고 잘 먹고, 독서까지 잘할 수 있었지만 꼬물꼬물 내 손을 잡고 쪽쪽 거리며 젖병을 빨던 둥이가 젖병을 보는 순간, 참 그리웠다. 좀 더 많이 안아줄걸. 좀 더 많이 웃어줄걸.


다행히 둥이가 성인이 되는 20년 중 10년이 지났고 10년이 아직 남았다.

몸은 컸지만 아직 엄마의 뽀뽀를 허락하는, 현재의 둥이를 많이 그리워할 때가 분명 있을 테니

지금, 둥이와 최대한 많은 추억을 남겨야겠다.


* Pixabay로부터 입수된 Annette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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