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남편은 어떤가요?
20201년은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딱 10년째 되는 해다.
난 지금까지 결혼기념일에 남편에게 선물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전혀 서운하지 않다.
첫 번째 결혼기념일... 3일 전.
내 나름의 애교를 부리며 남편에게 말했다.
나) 오빠, 결혼기념일에 우리 뭐할까?
남편) 출근해야지.
나) 아니... 저녁에 이벤트 없어?? 맛있는 곳 가서 식사도 하고. 드라이브도 하자~
남편) 생각 안 해봤는데, 그러던가 그럼.
대화를 하다 보니 순간,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
나) 오빠, 혹시 선물은?
남편) 무슨 선물?
나) 결혼기념일에 보통 남편이 아내한테 선물 주잖아;;
남편) 왜 남자만 줘야 하는데? 여자도 좋아서 한 거 아니야? 억지로 같이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본인들도 좋아서 결혼 해 놓고선 왜 남자만 선물 줘? 여자는 왜 받는 게 당연한 건데?
예상하지 못한 남편의 대답에 당황했지만, 야멸찬 남편의 말이 맞다.
젊은 세대들은 많이 달라졌다지만 그래도
데이트 비용을 여자보다 더 많이 부담하는 남자가 매너 있는 것 같다.
여자는 주로 선물을 받는 편이고, 남자는 주는 편이다. (심지어 무릎 꿇고;;)
남자는 늦은 저녁 여자를 집까지 차로 모셔다 준다.
결혼 비용도 평균적으로 남자가 더 많이 부담한다.
왜 그럴까?
여자들이 목놓아 외치는 '평등, 공평'과 맞지 않는데 스스로 그런 것들을 원하는 여자들이 왜 아직도 있을까?
남편과 나는 고민 끝에 우리만의 결혼기념일을 보내기로 했다.
일방적으로 선물을 줘야 되는 혹은, 받아야 되는 이상한 날이 아니라
1년 동안 같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기념하고 내년을 계획하기 위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
바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최근 5년간, 둘 다 회사일로 바빠서 여행을 못 갔다. 또, 최근 3년간은 결혼기념일 조차 야근을 피할 수 없어서 저녁도 함께 먹지 못했지만 서운하지 않다.
늦은 밤, 퇴근하고 온 내게 '고생했어'라고 말하는 남편의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물론, 평범하지 않은 가치관을 가진 우리 부부는 명절, 시댁... 등의 문제도 합리적으로 해결한다.
2018년이었다.
봄부터 여름이 지나도록 줄곧 야근만 하는 나를 보고 남편은 안타까워했다. 명절 연휴라도 편히 쉬라며 친정가족들과의 여행을 먼저 추천해줬다. 나를 쉬게 해 주기 위해 추석 명절 음식을 혼자 준비했다. 시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홀로 차례를 모셨다. '돌아가신 부모님 차례도 중요하지만, 당장 와이프가 죽을 것 같은데 어쩌겠냐며...' 시누이 두 분을 설득시켜줬다. 그 후, 명절을 따로 보낸 적은 없었지만 내가 정말 힘들 때, 남편이 내 편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둥이를 임신했을 때, 남편에게 꽃다발을 선물로 받았다.
그 꽃다발이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었지만 나는 조금도 서운하지 않다.
난 누구에게 '예쁨' 받아야 되는 인형이 아니니깐!
우리는 같은 인생의 목표를 갖고 똑같이 노력하는 남자와 여자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서로가 선물로 준,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둥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