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Sep 13. 2017

자존감과 자괴감의 사이

나는 왜 이렇게 일을 못할까.

#1

이번에도 막혔다. 매번 이런 식이다.

일에 대한 욕심은 많아서 다양한 일을 하겠다고 주도적으로 손 들지만 실행하는 과정에서 매번 어려움을 겪는 사람.


바로 내가 그렇다.

이사님 도와주세요.jpg


다른 사람들은 혼자서도 챡챡챡~ 잘하는데... 난 손이 참 많이 가는 사람이다. 하나의 일을 할 때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할 거면서 매번 왜 내가 해보겠다고 나서는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그나마 배민에선 팀원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기 때문에 쉽게 풀릴 때가 많지만 전 직장에서 일할 땐 혼자 일하다 보니 막막하고 어려울 때가 많았다. 새로운 일을 할 땐 새로워서 어렵고 익숙한 일을 할 땐 익숙해서 어렵다.



 2년 전 한 강연에서 박웅현 CD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인생은 '고통'이 디폴트(default)입니다. 행복이 인생의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박웅현 CD님


그렇다. 고통이 기본값인 인생에서 간간히 찾아오는 그 '행복'이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우리는 매일 일을 하며 고통을 수반한다. 치믈리에 캠페인을 진행할 때는 흰머리가 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준비하는 매일매일이 초조하고 부담스러웠다.


"치믈리에 시험 당일에 사람들이 많이 안 오면 어떡하지?"

"하나도 재미없으면 어쩌지."

"이 영상이 반응이 없을까 봐 두려워."



#2

 그래서 일을 할 때 자기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정말 힘든 것 같다. 자기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높고 일을 잘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나 자신을 믿는 만큼,
일이 안되었을 땐 더 고통스럽고
일이 잘되었을 땐 성취감도 큽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자기 확신을 가지고 일을 하는 마케터(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괴감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

마케터는 우리가 만든 것에 대한 피드백을 그 누구보다도 빨리 받는 일들을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냉정하게 평가받았을 때 정말 힘들다.

 몇 년에 걸쳐 서비스를 만들고 광고를 제작해서 페이스북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평가받는 것은 단, 며칠. 어쩌면 더 짧을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으며 일하겠구나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일을 할 때마다 자괴감에 빠진다.

일 ∞ 자괴감


하지만 일이 끝나면 굉장히 쉽게 자괴감에서 벗어나는 것 같기도.


#3

 난 아주 작은 부분에서 하나씩 성취감을 느꼈다. 수만 가지 못하는 일 중에서 잘할 수 있는 일 하나라도 내가 해낸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그렇게 '자괴감' 속에서 벗어났다.


어느 순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는 일에 계속 도전했어요. 잘할 수 있는 뭐라도 하면서 성취를 느끼세요. 그러면 자신감이 생겨요.
- 이제석. 광고연구소

 앞으로도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는 일에 계속 도전하며 성취를 느껴보려 한다. 그렇게 작은 부분의 자신감이 생기고 나만의 성취감은 또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 자괴감, 자만심 모두 내 안에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실력 없이 겸손해지는 것도
지나치게 자만해지는 것도
지양하는 내가 되고 싶다.


앞으로도 무한 자괴감에 빠지며 허우적거리겠지만 오늘도 나를 믿고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분명 난 어딘가에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것에는 의도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