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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Sep 22. 2017

매일 메일 글쓰기

 

 열흘 간의 휴가를 다녀오니 약 300통의 메일이 쌓여있었다.

아무리 많이 쌓였어도 다시 업무에 빠르게 투입하려면 꼼꼼히 다 봐야 한다.

300개의 메일 중에는 무슨 이야기를 나에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메일도 있고 어떤 일을 내가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겠는 메일도 있었다.


쓰기의 말들. 은유



일을 할 때 '메일과 메신저'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우리 회사는 메일을 잘 쓰는 게 정말 중요하다. 메일을 얼마나 잘 쓰냐에 따라 일의 능률이 달라지고 결과물도 달라지는 걸 보았다.


나도 결과 보고를 해야 하거나 어떤 일의 진행상황을 사람들에게 공유해야 할 때 막막하다. 내 평생 이렇게 글 쓸 일이 많을지 몰랐다. 가서 말로 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기록되어야 하고 공유가 되어야 하니 오늘도 난 메일을 쓴다.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이은재 님의 '메일 커뮤니케이션' 글을 보았다. 정말 중요한 내용이라 공유해놓고 두고두고 보고 있다.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못 챙기는 것들이 많다. 못챙기는 것들 위주로 다시 여기에 써보고 잘 기억해보려한다.



독자를 정하자 (ex. 어떤 사람이 보는 거야?)

독자를 정했다면 그들이 궁금해할 내용이 뭘까 고민해보자. 내가 보내는 메일 내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써보자.


이 메일을 보는 사람들이 할 질문을 예상하고, 그걸 답하는 걸 준비하자.

질문에 답하기 위한 자료는 무엇일까


메일에 써야 할 내용이 방대하다면 파트를 나눠보자.

큼직한 내용을 먼저 보여주고 상세 내용으로 써보는 훈련하기.

1분 요약-5분 요약-상세 내용 3파트로 나눠서 각 파트를 돌아가며 채워보자.

(ex.1분이라는 시간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할까, 5분이 있다면 무슨 말 할까, 나머지 내용은 어떻게 보여줄까)


상대방이 알았으면 하는 우선순위대로 나열하기

내가 가장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어떤 것을 상대방이 알았으면 하는가.


중복되는 사진/표는 쓰지 말기

중요한 사진과 표만 남기자. 그리고 우선순위에 맞춰 나열하자.


수동적 표현을 쓰지 말자.

간혹 '하루 연기되었습니다'라던가 '취소되었습니다'라는 식으로 수동적인 표현을 쓰는데,
누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인지, 누가 그렇게 결정했다는 것인지가 가려져서 그다음 논의의 진행이 어렵다.


최대한 쉽고 짧게 이야기하기.
명일 실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 내일 하기로 했습니다.

굳이 영어나 한자표현을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쉽게 이야기하자.


맞춤법은 꼭 체크하기

맞춤법이 틀린 곳은 없는지 한번 더 점검하자. 꼭 밤에 보내야 할 급한 건이 아니라면 (야근하다) 밤늦게 보내지 말고 다음 날 맑은 정신으로 메일을 한번 더 점검한 뒤 보내자.


메일을 보내기 전 주변 동료에게 크로스 체크하기

정말 중요한 메일이라면 주변 동료들에게 한번 더 내 메일을 보여줘 보자.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보여줄수록 더 좋다.


첨부파일 아무도 안 본다고 생각하자.

사람들은 수십 통의 메일 중에 내 메일을 확인한다. 시간이 없다. 첨부파일을 굳이 다 열어보지 않기 때문에 첨부파일을 붙였어도 메일 안에 한번 더 요약해주자.


모바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가?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이동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모바일로도 메일 확인을 많이 한다. 모바일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가. 첨부파일이 모바일에선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감정을 담자. 과한 이모티콘이 아니라면 웃음 정도의 표시는 대화를 부드럽게 하기에 좋다.

알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

수고하십시오. →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내가 팀의 얼굴이자 회사다.

협업하는 부서 또는 다른 회사에 보내는 메일일수록 더더욱 내가 그 팀/회사의 대표 얼굴이라고 생각하고 긴장하고 보내자. 내가 대충 보낸 잘못된 메일 하나로 우리 회사 또는 우리 팀이 욕먹을 수 있다.


일의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기록해놓자.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공유'를 정말 잘한다. 회의를 했다면 회의록을 공유하고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다면 진행상황을 팀원들에게 공유하자. 그리고 모든 일은 기록되어야 한다. 남겨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메일을 쓰자. 일의 진행상황에 대한 공유와 기록은 '넘치게' 해도 좋은 것 같다.






 이사님이 한 통의 메일을 쓰기 위해 며칠을 고민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항상 메일을 잘 쓴다고 생각했던 이사님도 이렇게 고민을 하며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그런 이사님의 수고로움 덕분에 내가 읽을 때 편할 수 있었나 보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해요.
간단명료해야 하고
상상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작은 문장 하나를 잘 적더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한명수 이사님

 

오늘도 수십 통의 메일을 읽고 수십 통의 메일을 보낸다.  제발 오늘은 '나만 아는 메일'이 탄생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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