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Jan 05. 2018

목요일의 글쓰기

오늘은 2018년 1월 5일,

정확히 1년 전 오늘 페이스북에 쓴 글을 보았다.



#1

'좋았다.'라는 표현 이외에 다른 표현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 충격받았던 날이다.

좋은 경험을 하고 <좋았다>고 바로 표현하는 것 자체도 좋다는 것을 알지만 그 이상의 좋은 경험을 했을 때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답답했다. 내 좁은 어휘력으로 인해 생각의 한계에 갇히는 느낌이랄까.

한국말도 이렇게 못하는데, 살면서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걸 다 뱉어낼 수나 있겠어?



서은아 이사님은  '글'이라는 것은 정말 강력하다고 하셨다. 나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것.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나의 글(생각)에 공감하고 의견을 더하는 그러한 과정들, 즉 누군가와 소통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에 그 어떠한 것보다도 대단한 것이라고.

(때론 어떤 이의 글은 사람들에게 생각의 프레임을 입히기도 하고 선동하기도 하여 무섭게 쓰일 때도 있지만.)



어쨌든 나는 훈련이 필요했다.


누군가에게 나의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누군가와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그리고 생각을 넓고 깊게 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2

짧은 글을 쓰는 SNS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긴 글을 못쓰게 될지도 몰라. 습관이 무섭거든.

 

우리는 엄청난 정보와 공유의 시대에 살며 많은 정보를 획득하지만 그만큼 쓰고 생각하는 시간이 짧아졌다고 생각한다. 나비효과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의 넓이와 깊이가 좁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섬뜩했다. 1년 전 어휘력 부족으로 생각에 갇히는 나의 경험이 섬뜩한 내 미래에 보내는 시그널이지 않았을까싶었다.



긴 글 쓰는 훈련을 해보면, 내 밑천도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짧은 몇 줄의 글 뒤에 숨을 수 없으니까요. 글의 논리가 성글다면, 글이 오직 재치에 의존하고 있다면, 짧은 글에선 보이지 않던 약점들이 긴 글에서는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제 팀에 신입 카피라이터 후배가 들어오면 전 제일 먼저 긴 글 쓰기 훈련을 시킵니다.)
- 생각의 기쁨, 유병욱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밀도 있는 카피 한 줄이 주는 울림이 대단히 크다. 단순히 유행어를 쫓는 패러디 문장보다 강력한 한방을 주는 문장, 나도 그런 걸 쓰고 싶었다. 밀도 있는 글 뒤에는 수많은 긴 글 훈련들이 숨어져 있다. 나는 그런 훈련을 하고 있는가? 물으면 아니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밀도 있는 짧은 글을 쓰기 위해선 긴 글 쓰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했다. (내가!)



#3

어느 날 뀰이 말했다.

"맨날 '글을 쓰고 싶다. 글 연습해야 하는데.'라고만 하지 말고 제발 써요. 우리."

뀰은 계속 이어 말했다.

"글을 쓰고 싶으면 '굳이' 시간을 내어서 해야 한다니깐요? 여러분!?"


그래서 우리는 2017년 8월 17일 목요일, 글쓰기를 시작했다.  

목요일에 시작해서 '목요일의 글쓰기'


뀰이 주도하여 그 자리에 있던 세영찡 그리고 나. 셋이서 방이동 이월 로스터스 카페에서 저녁 7시부터 밤 10시까지 아무 말 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목요일의 글쓰기 첫 시작


글쓰기는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되었다. 함께하니 너무 쉬웠다. 그리고 '디자이너와 개발자처럼 마케터도 만질 수 있거나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내고 싶다.'라는 나만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느낌이었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면 우리는 모였다. 처음 3명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12명, 우리 팀 멤버들도 있고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닌 사람들도 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목요일의 글쓰기>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구글 캘린더에 목요일 일정 알림을 맞추고 웬만하면 약속을 잡지 않고 야근도 하지 않았다. 약속이 있거나 목요일에 회사 일이 너무 많은 날이면 금요일, 주말까지 시간을 투자하여 꼭 한편을 쓰려고 했다.




<목요일의 글쓰기>
1.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송파구에 있는 카페 한 곳에 모여 글을 쓴다. (단 2명일지라도 모일 수 있다면 모여 쓴다.)
2. 송파구 카페에 못 오는 멤버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글을 쓴다.
3. 다 쓴 글은 카톡 그룹 게시판에 올린다.
4. 글을 쓴 사람에겐 뀰이 디자인한 스티커를 준다.
(뀰이 내킬 때마다 디자인을 한다. 그래서 안 줄 때도 많다. 뀰이 직접 돈내고 만드는 스티커라 뭐라할 순 없지만 자주 만들어줬음 좋겠다. 헤헤. 갱사마가 디자인한 스티커를 줄 때도 있었다.)



글을 쓰면 뀰이 주는 목글 스티커




 우리는 주로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썼다. 아마 긴 글을 쓰기에, 계속 아카이빙 되기에 저 두 채널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글을 게시판에 올리며 공유한다. 처음엔 내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는데 하다 보니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글을 계속 누군가에게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하니 글쓰기 연습이 더 되었다. 서로가 글쓰기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매주 잘 쓰기 위해 문장을 여러 번 다듬게 된다. 다양한 표현을 쓰고 싶어 단어를 찾아 고르기도 했다.


(업무적인 글쓰기를 제외하고) 어떤 글이 '좋다. 안 좋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나는 글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이런 생각을, 함께하는 멤버들도 공감을 하는 것인지 우리는 절대 서로의 글 내용에 대해 평가하거나 놀리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글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고 <글을 썼다는 그 행위>에 대해서만 칭찬을 한다. (매주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반년동안 <목요일의 글쓰기>를 하면서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목요일에 글을 쓰기 위해 나머지 날에 글감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주변 사물, 내가 겪은 경험들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의 사고가 작년에 비해 확장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글들을 보며 사람은 정말 다 다르고 다양하다고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글 안에는 다양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나와 다른 사람들, 그들의 글들이 좋다.


2017년 가장 잘한 점을 꼽으라면 <목요일의 글쓰기>를 했다는 것.

2018년에 가장 잘한 점도 글쓰기였음 한다.


당신에게 목요일은 어떤 날인가요?



2017년 마지막 목요일에 썼던 멤버들의 글들

2017 목요일의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뀰)

2017 목요일의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혜진)

2017 목요일의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소연)

목요일의 글쓰기, 목요일의 글쓰기 (진우)

2017 목요일의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경진)

2017 목요일의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세영)

2017 목요일의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환희)

2017 목요일의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feat. 잘하고 싶은 일) (취향님)


#목요일의글쓰기 에 동참하고 싶나요,

1. 매주 목요일에 긴 글을 씁니다. (주제는 자유)

2. 본인의 채널에 올릴 때 해시태그 #목요일의글쓰기 를 달면 끝!

(해시태그를 달면 '목요일의 글쓰기'에 동참할 수 있어요. 어쩌면 뀰이 스티커를 줄지도 모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