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이동하는 길에 남편에게 질문을 던졌다.
'10년 전으로 돌아가기 vs 10억 받기, 어떤 걸 선택할 거야?'
남편은 무조건 10년 전으로 돌아갈 거라고 했다. 돈은 언제든지 벌 수 있지만 시간은 다시 살 수 없는 거 아니냐며 확고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 이건희 회장도 자신의 전 재산을 다 주고서라도 젊음을 택하겠다고 말했다면서 말이다. 이건희 회장은 돈이 많으니까 그렇게 답한 거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답변도 궁금해졌다. 인스타그램에 이 질문을 올렸더니 그 답변은 실로 매우 다양했다.
'10억 안 줘도 10년 전으로는 안 돌아가요. ㅋㅋ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10억이요. 흑역사도 역사고 지금부터 멋진 미래를 만들래요.'
'10년 전으로 가서 비트코인, 떡상할 주식을 산다 = 10억을 번다 + 후회했던 선택들을 최상의 방향으로 다시 잡아본다!!! 그 당시에만 도전해 볼 수 있었던 일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 건강을 잃은 사람들, 젊음 또는 기회를 되찾고 싶은 사람들은 '10년이라는 시간'을 선택했고, 치열하게 살아서 그 과정을 두 번 겪고 싶지 않거나, 나이가 든 지금이 좋거나 10억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은 '10억이라는 돈'을 선택했다.
나도 돈보다는 시간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질문을 받았을 땐, 무조건 시간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자신이 번 돈으로 자유와 시간을 산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나도 돈을 버는 이유가 곧 자유와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시간과 돈이라는 선택지 앞에서는 무조건 '10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0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 지금 이 사람들이 없는 순간을 상상하니 너무 외로워졌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남편과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리들의 추억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내가 그동안 쌓은 시간들은?
최근 '유퀴즈'에 나온 배우 강동원 씨는 너무 쉼 없이 20여 년을 달려왔기 때문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의 여유와 나이 듦이 좋다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아는 본인이 좋다고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내 친구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뭐가 뭔지도 모르고 무조건 열심히 했던 20대보다는 이제 뭐가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30대가 좋다면서 너무 힘들었던 예전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
눈 옆에 생기는 자잘 자잘한 주름, 흰머리, 자고 일어나면 반나절동안 안 없어지는 베개 자국들… 조금 더 어렸을 때보다는 느려진 나의 몸의 속도 등 나이가 들면 생기는 변화들이 있다. 그런데 나이 든다는 거 나쁘지만은 않다. 10대, 20대보다는 조금 더 내려놓게 되는 욕심, 경쟁하지 않고 내 갈길 가면 된다는 생각,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만나지 않아도 되는 용기,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조금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 같은 게 생긴 거 보면, 나이 드는 거 정말 나쁘지만은 않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멋진 일 아닐까?
시간과 돈 중에 하나 고르는 질문인 줄 알았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어떤 시간을 보내왔냐고 묻는 질문으로 느껴진다. 몇 년이 지나서 이 질문을 들었을 때는 조금 더 고민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열심히 잘 살았고,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의 삶이 너무 좋기 때문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결국 강동원 배우도, 친구도, 나도 10억을 택했….)
당신은 10년 전으로 돌아갈 건가요?
10억을 받으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