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있는 사람> 프롤로그
정말이다. 올해가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스멀스멀 새해 다이어리 판매소식이 올라오고 크리스마스에 뭘 할 건지 벌써부터 연말 약속을 잡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어렸을 적 어른들이 나이가 들면 시간이 날아가는 화살처럼 빠르다고 하셨는데, 딱 그 기분을 체감하는 나이에 올라섰다. 올해 내 나이는 만으로 서른다섯. 이제 30대의 중반의 문턱을 넘어가고 있다. 조만간 마흔을 기념하는 글을 쓸 것처럼 시간이 빠르다.
3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나의 올 한 해는 어땠을까?
01.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고 유부녀로서 맞이하는 첫해였다. 작년 겨울,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이라는 걸 했다. (내가 결혼이라니!) 이승희의 인생에서 계획에 없었던 일이었지만 계획에 없었기에, 더 새롭고 감회가 새로웠다. 많은 게 달라졌다는 말로는 결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혼자 사는 것과는 또 다른 세계였다. 아예 다른 세상에 들어간 만큼 함께 살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지만, 평생 든든한 내 편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안정감을 주었다.
02. 많이 아팠다.
몸에서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낸 건 스물여덟이었다. 20대 후반부터 몸 이곳저곳에서 하나둘 적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당수치가 높아 당뇨 위험까지 떴다. 이미 여러 가지 리듬이 깨져서였을까. 올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매일 아팠다. 23년 1월부터 6월까지 수많은 병원들을 전전했을 정도로 복통이 심했고, 장염에 매일같이 시달렸고 코로나도 세 번이나 걸렸다.. 주변 사람들이 이 정도면 제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꾸라고 애원할 정도로 나의 인생에서 가장 아픈 한 해였다. 아픔에 계속 시달리다 보니, 몇 달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곤, 침대에 누워 있었던 것. 몸이 계속 아프니 침대를 찾게 되고, 책상 앞에 앉아도 아주 금방 피로하여 몇 시간 앉아 있지도 못하고 외부에서 친구를 만나고 오거나 여행을 다녀오면 오후 10시만 되어도 곯아떨어지기를 반복, 정말 괴로웠다. 그래서 자주 침대에 누워 있었고 자주 멈춰 있었다.
몸이 자주 멈춰있는 동안,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아기를 갖고 싶은데) 아기는 언제 가져야 할까?’
‘지금 하는 일은 재미있나?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가?’
‘내가 하는 일들을 오래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
03.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올해 멈춰 서서 했던 수많은 질문의 끝에서 가장 먼저 나온 답은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는 것.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인 회사였지만 이곳에서 스스로 성장이 멈춰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점점 생각을 안 하고 일을 한다는 게 느껴졌다. 체력이 전보다 훨씬 나빠진 것을 느끼면서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많은 시도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책임과 도전이 섞인 정의하기 어려운 욕심이 들었다. 조바심이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질문은 새로운 생각과 행동의 촉매제가 되어준다. 무엇보다 질문은 그 자체로 힘이 된다. 하고 싶은 도전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나만의 뾰족한 그것은 대체 어디 있는지(있기는 한지) 감이 잡히지 않을 때,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내 속에서 나온 질문이 마치 나도 몰랐던 방향타인 것 같아 새삼 든든할 때가 많다. 특히 좋은 질문은 누군가와 의미 있는 대화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나를 어디론가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멀리 데려가주기도 하니까. 어쩌면 매번 나의 일상을 바꾸는 건 정해진 답이 아닌 ‘좋은 질문’이었던 것 같다.
매번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곤 했는데, 이제는 남이 아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려고 한다. 나에게 하는 질문에는 의지가 묻어 있다. 어떻게든 질문을 던져두면 무엇이든 나 스스로 결말을 완성하고야 말 테니까.
스스로 묻고 답했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답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질문과 대답을 적었다. 물론 내가 한 질문과 대답이 모범답안이 되길 기대하진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의 생각은 변할 테고, 언젠가는 내가 지금 했던 질문들도, 나의 답변도 달라질 거다. 하지만 아무리 내용이 ‘새로고침’되더라도, ‘질문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는 마음만은 그대로일 것 같다.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셀프 인터뷰를 시작으로 우리 삶 속에서 떠오르는 작고 큰 의문들을 쫓아가며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브랜드도 만들어보고 제품과 콘텐츠를 통해, 때론 마케팅을 통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갈 것이다.
작고 큰 질문을 던져가며 새로운 미래에 발을 내디뎌 보려고 한다.
때론, 인생의 모험은 질문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하니까.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아마 이 글을 읽어주시는 당신도, 인생의 기로에 서 계시겠죠?
혼자 하면 외로우니까, 더 많은 분들과 질문을 통해 더 재미있는 길을 찾고 싶어서
이 브런치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1. 다양한 질문들
다양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답한 셀프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2. ‘물음표 살인마’가 알려주는 질문 잘하는 법
전작에서 '기록'의 쓸모와 '영감'의 쓸모를 이야기했다면, 이번에 새로 나오는 책에서는 '질문'의 쓸모를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 시대에 필요한 꼭 질문’이라는 주제로, 우아한형제들 CBO 장인성,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부사장, 메타의 서은아(올리부) 상무님과 나눈 이야기를 순서대로 브런치에만 공개할 예정입니다.
3. <질문 있는 사람> 신간과 새로운 일에 대한 이야기
회사를 나와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새로운 일들과 그 밖에 지금의 나를 들여다보는 질문들, 나를 이끌어줄 질문들, 과거에 일찍 했더라면 질문들까지… 책으로 묶여 나오는 이승희의 셀프 인터뷰 <질문 있는 사람>에는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에는 새로 거듭날 나를 위한 질문들을 담았습니다. 질문에 답하기만 해도 달라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꼭 기억해 주세요.
이 모든 이야기는 인생의 기로 앞에 서 있는 지금의 나를 위한 질문과 답변이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