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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Oct 24. 2023

남이 아닌 나에게 질문해야 하는 이유

챗GPT, AI, 멘토⋯ 그들이 내 삶을 바꿔줄까?

 최근 규림과 함께 ‘내 인생을 바꾼 질문들’이라는 주제로 전주에서 북토크를 했다. 각자 ‘질문’을 주제로 인생 질문을 이야기했는데, 규림의 인생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자기 자신에게 호기심을 가지라
 애슈턴, 《지금, 인생의 체력을 길러야 할 때》, 북라이프


우연히 책에서 이 문장을 보고 규림은 ‘나는 내가 궁금한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질문하고 궁금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의 인생은 궁금해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선 궁금해하지 않았던 예전을 떠올리면서.


대학 다니면서 치과 코디네이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 후로도 목표가 생길 때마다 성취감과 재미라는 도파민을 느끼면서 달렸다. 마케터로 한창 일할 때는 ‘크리에이티브 영역은 시간을 쓰면 쓸수록, 고민을 더 하면 할수록 결과물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실천했다. 몸과 시간을 갈아 넣으며 더 미치게 몰입할 수밖에 없었고, 잘하고 싶어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화를 많이 내기도 했다. 늘 불만족스러웠고 잘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기본 값이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는지도 내 관심의 대상이었다. ‘저 사람은 저기로 이직했구나’ ‘독립해서 차린 브랜드가 이렇게나 컸네’ ‘저쪽으로 이사했구나’ ‘더 늦기 전에 유학 가다니 멋지다’ 등등.  ‘왜 남들과 비교하는 걸까?’라고 질문해 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을 무렵, 마구 감정을 쏟아낸 기록들을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 많은 감정들 속에 ‘나’는 없구나.

나는 어떻지? 나는 어떻게 살고 있지?

나를 바꾼 건 답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물음표 살인마’로서 남들에게 했던 질문을 나에게 돌렸다.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질문들부터 사뭇 진지해지는 큰 질문까지, 생각날 때마다 메모장에 적어두고 틈틈이 답했다. 지금의 나를 들여다보는 사소한 질문부터, 좀 더 빨리 했으면 좋았을 질문들, 앞으로 살아갈 나를 이끌어줄 질문들까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렇게 이어진 질문들은 이전의 것과는 달랐다. 스스로 묻고 답했을 뿐인데, 나를 찾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책 《질문 있는 사람》을 통해 많은 질문을 정리해 보니, 내게 질문이란 ‘속도 조절기’ 같은 것이었다. 목표를 향해 달릴 때,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혼란스러울 때, 언제 멈추고 달려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을 때 잠시 멈추고 질문을 했다. 방향을 바꾸려면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질문에서 배웠다. 한편 내게 질문이란 ‘영감’ 그 이상이었다. 《별게 다 영감》이라는 책을 쓰면서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영감의 힘, 호기심과 관찰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질문만큼 좋은 영감의 원천은 없다. 외부에서 받는 자극도 중요하지만 내 안에서 호기심을 끄집어낼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질문을 통해 배웠다.



내가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내가 가장 궁금해하는 사람은 바로 나여야 한다. 질문하는 게, 좋은 질문이 중요한 건 맞지만 그 질문이 내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내 삶을 좌우할 사람이 나여야 한다는 점에서도 오로지 내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질문하는 것은 중요하다. 나로서 살기 위해선 타인을 궁금해하는 것만큼 나 자신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난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나는 어떤 것을 꾸준히 하고 싶은지, 어떨 때 가장 행복한지.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아가는 게 가장 나다워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나의 인생 질문은 ‘지금 재미있나요?’이고, 나 자신에게 자주 하는 질문은 ‘이대로 괜찮나?’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무슨 질문을 할 건가요?





근황토크

오랜만에 새 책을 냈습니다. 제목은 《질문 있는 사람》. 어렸을 적 수업 말미에 우리 선생님이 그랬듯 음을 넣어서 질문 있는 사람~↗♬! 해보세요.

그때는 눈 피하기 바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신나는 쉬는 시간을 알리는 또 다른 종소리나 다름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여러분들에게도 이 책이 그러길 바랍니다. 또 다른 내가 시작되는 책입니다.

이승희, 질문 있는 사람 / 북스톤


나를 알아가는 시간, 셀프 인터뷰집!

읽으시면서 자신만의 답도 해보시고, 빈칸으로 남겨놓은 곳에 자신만의 질문도 써넣어보세요.

*사전 구매하신 분들은 인스타그램에 구매 인증해주시면 제가 직접 만든 '질문리스트 100' pdf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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