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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짱 Sep 27. 2023

씨앗으로 심은 나의 소중이들

식물 에세이


식물에 관해서 제대로 교육받은 적이 없던 나는 일단 싸고 작은 식물들을 인터넷으로 구매를 했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단, 대형 식물이 생각보다 굉장히 고가였고, 왠지 나는 오래도록 키울 수 있을 것 같은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다. 

오래지 않아 그런 자신감은 허무맹랑하고 근거 없다는 결론으로 끝을 보았는데, 세 계절을 버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기 십상이었다. 

더운 날씨에 지쳐서 죽거나 추운 날씨에 얼어서 추워서 죽거나,

물이 적어서 말라서 죽거나, 물이 많아서 썩어서 죽거나.

영양분이 부족했을까? 진드기는 왜 이리 많이 붙어 있는 거지? 등등


 



매년 봄이 되면 새로운 식물들과 함께 했고, 겨울이면 정리하기를 반복했기에 어린이도 관리할 수 있다는 다육이로 갈아탔다. 이제서야 나와 맞는 식물을 찾은 듯했지만, 내가 원하던 방향은 이게 아니었다. 

나는 키가 큰 식물을 원했다. 재크와 콩나무처럼 계속해서 자라서 천정을 뚫고 올라가 하늘까지 말이다. 

시간이 흘러서 식물에 관심이 뜸해질 무렵, 아보카도 대왕 씨앗이 눈에 띄었다.

혹시 저거 심으면 자라날까? 하고 바로 검색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엄청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천정은 뚫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흔한 나무처럼 키도 크고 말이지. 

시험 삼아 아보카도와 레몬 씨앗을 도전했고, 그렇게 2년 가까이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앞전에 여럿 실패를 많이 보았다. 물로 싹을 틔우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흙에 분갈이를 하면 죽기를 반복했다.  또한 작은 화분에서 큰 화분으로 분갈이할 때에도 그랬다. 

결국은 식물에 비해서 조금은 큰 화분에서 어느 정도 클 때까지 내버려 두었다. 한 1년 정도는 그대로 크게 두었고, 이후에 분갈이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에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했는데, 1주일은 잎사귀 몇 개 떨어지더니 한 달이 된 지금은 잘 적응을 한 것 같다.

글쎄, 아보카도는 나에게 새롭게 터를 잡았다면서 맨 위 줄기에서 작은 싹을 보여주었다. 하하하

레몬은 너무 웃자라서 위 줄기를 잘라내었는데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다. 기다리는 미덕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 

레몬 잎사귀에서 레몬향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그냥 맡으면 전혀 나질 않고, 살짝 상처를 내면 생체기 부분에서 레몬 향이 솔솔 올라온답니다. 레몬 잎으로 차도 끓여 먹는다고 한다네요. 오호~~~   





작은 씨앗이 이렇게 나무로 성장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들에게는 목숨을 건 세 번의 변화가 있었네요. 저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새삼 머릿속에서 과거의 저장 위치를 찾아갑니다. 

식물처럼 목숨을 건 변화는 없었지만 작은 노력은 많았습니다. SNS를 제대로 시작했고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네요. 

지진과 같이 작은 변화가 자주 발생하면 곧 큰 변화가 곧 올 징조라고들 합니다. 

글을 쓰는 게 밥벌이가 아닌 작은 취미지만 지속하다보면 언젠가는좋은 소식이 있겠지요.  

나만의 아보카도와 레몬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어서 참으로 고맙다. 


2023년 9월 21일.

때굴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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